여성학회 등 시국토론 열어
‘분열 조장’ 여야 싸잡아 비판
“여성은 2등 시민이 아니다”
선거 분위기 흐르는 청계천 서울 청계천에 20일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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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 발언, 공약 보도자료에 여성 혐오 단어인 ‘오또케’ 사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대 대선 과정에서 젠더 이슈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대목들이다. 젠더는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이지만, 성평등 제고가 아니라 젠더 간 분열을 조장하고 갈등을 부각시키는 구도로 다뤄지고 있다.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이 선거의 주요 공략 표심으로 여겨지면서 페미니즘은 극단적인 사상으로 치부되고 20·30대 여성은 무시되고 있다. 여성학계·활동가·시민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은 기득권 수호를 위해 생산된 담론”이라며 “반페미니즘이 정치적 전략으로 선택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학회·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9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시국토론회를 열었다.
권명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정치권은 정권 획득을 위해 반페미니즘 전략을 적극 채용했고 이대남, 젠더 갈등, 극단적 페미니즘 등의 담론으로 주권자들을 탈정치화하도록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 할당제 폐지를 주축으로 하는 국민의힘의 이대남 담론이 기득권 수호와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보수의 오래된 이념인 냉전 반공주의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적을 생산하면서 갱신 중”이라고 짚었다.
소속 광역단체장의 권력형 성범죄 문제가 있었던 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권 교수는 짚었다. 권 교수는 “진보의 이념은 실패하거나 타협 과정에서 희미해졌고 대신 ‘이해관계 집단의 갈등’이라는 패러다임이 등장했다”며 “20대 여성과 페미니스트는 극단화된 존재로, 이대남은 반페미니스트로 표적화됐고 기득권 집단이 된 진보집단은 이런 문제 집단을 다스리는 주체로 재설정됐다”고 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반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유보가 2030 남성 유권자들의 표를 모을 수 있는 정치적 전략으로 선택되는 상황은 여성에게만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표가 거래되고 있고, 공론장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발제문을 통해 계속되는 2차 가해와의 싸움에 대해 발표했다. 김씨는 다른 참석자가 대독한 발제문에서 “피해자의 온전한 일상회복까지가 진정한 싸움의 끝”이라고 했다. 대선 국면에서의 반페미니즘 분위기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발언이 이어졌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고 소개한 한 여성 참가자는 “제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제 의견을 세상에 외치고 싶다”며 “여성은 2등 시민이 아니다. 여성도 투표권을 갖고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주권자”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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