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 왜?
홍대 거리서 유세 재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운데)와 부인 김미경 교수(왼쪽)가 20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유세에 앞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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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논의 장기화·윤석열 상승세에 ‘위기감’ 커져
지분·경기지사 자리 요구설 등 풍문도 영향 끼친 듯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데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 국민경선 제안에 명확히 답하지 않으면서 ‘백기 투항’을 압박했다는 불쾌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일화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고민도 결렬 선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 철회 이유로 윤 후보의 무응답과 국민의힘의 도를 넘는 행태를 지목했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윤 후보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했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심지어 저희 당의 불행을 틈타 상중에 후보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트리는 등 정치 모리배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무성의하고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여럿 했다”고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지분을 요구한다거나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등의 풍문이 안 후보 제안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 입장에선 윤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누리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당 안팎의 단일화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출구 전략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15일 당 유세버스에서 지역 선대위원장 A씨와 버스기사 B씨가 사망한 이후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중지했다. 지지세 확장은 멈췄고, 단일화 논의는 물밑 협상뿐 공식적인 합의 단계로 접어들지 못했다. 윤 후보 지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선을 긋자는 ‘자강론’도 나왔다.
안 후보의 또 한번의 승부수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불투명하다.
21일 4자 TV토론에서 윤 후보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이 예상되지만 지지세가 크게 변화할지 미지수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새 제안을 해도 받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이제 대선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새롭게 실무협상을 해서 큰 그림을 전하고 또 후보를 만날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서울 홍대 거리 유세에 나섰다. 유세버스 사고 이후 닷새 만의 공식 일정이다.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와 유세에 나선 안 후보는 “왜 맨날 선거 때마다 철수하느냐, 단일화하느냐 말씀하시는데, 201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양보 잘못했던 그거 하나 빼놓고는 도중에 그만둔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반으로 갈라지고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하고, 세계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나라가 되면 정권교체가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중요한 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대한민국,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홈런 치는 4번 타자가 돼서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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