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 차례 논의했습니다
<한겨레>는 대선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취재를 진행해왔습니다. 이 기사는 지난 10일 담당 부서장의 첫 구두보고가 있었습니다. 14일에는 기사 계획안과 기사 초안 등이 나왔습니다. 현장에서 기사를 발제하고 데스크가 기사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여러 차례 논의했습니다. 이 기사를 논의하기 위해 국장단 회의는 세 차례, 콘텐츠 편집회의는 한 차례 열렸습니다.
우선 15일 오후에 국장단이 처음 의견을 나눴습니다. 삼부토건 일가(조남욱 전 회장의 아들 조시연 전 부사장)의 발언 녹취록을 입수했지만 이 녹취록의 내용을 사실로 입증할 보강 취재가 필요해 보인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국장단은 기사 출고 보류를 결정했습니다.
그날 저녁 현장 기자의 요청으로 국장단 일부와 면담이 이뤄졌습니다. 현장 기자들은 취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보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국장단도 기사의 부족한 점 등을 지적하고 기사를 수정 보고하면 재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기사 수정 보고는 16일 오후에 이뤄졌습니다. 기사를 우선 작성해보라고 국장단이 지시했습니다. 기사를 보고 최종 판단할 계획이었습니다. 오후 5시30분께 기사 초고가 나온 뒤 두번째 국장단 회의가 열렸고 ‘콘텐츠 편집회의’에서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편집회의는 편집국의 취재 부서장(편집위원)이 참여해 그날의 주요 기사의 보도 여부와 논조 등을 토론하고 결정짓는 편집국의 가장 중요한 회의체입니다. 국장단(편집국장과 부문장)과 부서장(정치·사회·경제부장 등) 등 편집위원 20여명이 참여하는데 매일 오전에 열립니다. 이 기사는 오후에 보고된 탓에 편집회의에서 토론하지 못했습니다. 중대한 사안이기에 편집위원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사 게재를 보류하고 다음날 오전 편집회의에서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17일 오전 편집회의가 열렸습니다. 기사 초고를 읽은 편집위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했고 취재를 보강해야 보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 뒤 세번째 국장단 회의를 거쳐 기사 보도를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 취재보도 준칙을 기준 삼았습니다
한겨레는 1988년 창간과 함께 국내 언론사 최초로 윤리강령과 윤리강령 실천요강을 제정했고, 2007년에는 준칙을 만들어 올바른 취재보도의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독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이 취재보도의 원칙을 재정비했습니다. 이 기사와 관련이 있는 한겨레 취재보도 준칙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확성 우선) 정확성은 신속성보다 우선한다. 여러 취재 방법을 통해 복수의 근거를 확보하여 교차 확인한 뒤, 이를 보도한다. 속보 또는 특종 경쟁 등을 이유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하지 않는다.’
‘(중대 사안의 교차 검증)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 또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적 사안 등을 다룰 때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견지한다.’
‘(뉴스 기사에서 의견과 주관 배제) 뉴스를 다루는 기사에서는 기자의 의견과 추정을 유보하고, 취재한 그대로의 사실만 전달한다.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에 기자의 견해나 주장을 섞지 않으며,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도 여부를 결정할 때 취재보도 준칙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 기사 초고는 삼부토건 일가의 발언을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이 전언과 추정으로 읽혀 추가 확인 없이 청탁의 증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봐줬다는 것인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더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국장단 회의와 편집회의를 거쳐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사 보도를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도 보도의 정확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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