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주식 가상화폐 팔고보자"…미국 긴축보다 우크라 사태 두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위기의 우크라이나 ◆

매일경제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스타니차 루한스카 지역 유치원에서 한 여성이 건물 잔해를 바라보며 서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포탄이 유치원을 강타해 교사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지역에서는 최소 25곳에서 47건 이상의 포 공격이 보고됐다. [AFP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622.24포인트(1.78%) 하락한 3만4312.03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큰 변동성을 보였지만 다우지수가 하루에 620포인트 넘게 미끄러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같이 다우지수 변동성이 커진 것은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다시 감돌기 시작하면서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영향으로 긴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받은 충격보다 지정학적 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에 이어 지정학적 위기가 더해지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이날 테슬라(-5.1%), 메타플랫폼(-4.1%) 등 주요 기술주가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1.6% 상승한 19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9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의 대체재로 주목을 받아온 가상화폐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4만4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 이상 떨어졌고 4만6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계속했다. 지난 일주일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약 240조원) 감소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투자회사인 세쿼이아캐피털이 5억~6억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투자펀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안전자산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지정학적 위기로 인플레이션이 쉽게 가라앉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유가, 소맥, 비료 가격 등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루마니아와 함께 세계 4대 곡물 수출국이다. 보리, 옥수수 생산량은 세계 4위, 밀 생산량은 세계 6위다.

이미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곡물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품목들에 대한 국제 시세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 요소 자체는 오히려 증시에 단기적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데이비드 스파이카 가이드스톤캐피털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크라이나 이슈는 단기적 문제이며 올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소는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정학적 위기 요소는 증시에 단기적 영향을 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LPL파이낸셜리서치에 따르면 1941년부터 2021년까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S&P500지수는 첫날 평균 1.1% 하락했다. 증시가 바닥을 치기까지 기간은 19.7일이었고,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데는 평균 43.2일이 소요됐다.

한편 '슈퍼 매파'로 분류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목소리를 높여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켰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컬럼비아대 행사에 참석해 "7월 1일까지 기준금리를 1%포인트(100bp)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반기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3차례(3월, 5월, 6월) 예정돼 있음을 고려하면 최소 한 번은 0.5%포인트(50bp) 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도 2분기 내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불러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장기 채권의 일부를 매각해 장기 금리를 더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재투자하는 방식의 소극적 양적긴축 외에 만기 전이라도 채권을 매각하는 적극적인 양적긴축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메스터 총재는 이날 뉴욕대 경영대학원 행사에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시보다 더 강도 높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