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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파란 점퍼 벗어던진 이재명…당색 지워내고 중도층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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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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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는 파란색 점퍼를 입은 군중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이재명”을 연호하자 검은색 코트에 흰색 목폴라 셔츠를 받쳐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나타났다. 유세차에 오른 그는 마이크를 쥐고는 다소 쉰 목소리로 “여러분의 열망이 3월 9일에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거대한 용암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 옷차림 가운데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 드러난 것은 코트 안으로 살짝 보이는 파란 목도리뿐이었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에는 파란 목도리도 매지 않았다. 그는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진 유세에서 검은색 양복에 짙은 남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매고 연설에 임했다. 이 후보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앞 유세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파란 목도리를 건네고 나서야 이를 목에 둘렀다. 이 후보 캠프 인사는 “이 후보가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유세에 나서는 것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려는 의도”라며 “상징색은 목도리 같은 소품으로 은근히 드러내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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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어퍼컷' 세리머니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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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당색보다는 ‘인물’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던 그는 16일부터는 이를 벗고 유세에 임하고 있다. 윤 후보는 17일 오후 성남 분당 유세장에서도 검은색 패딩점퍼를 입은 채 나타났다. 전날 둘렀던 빨간색 목도리도 이날은 두르지 않았다.

유세차에 올라선 윤 후보는 “부정부패를 묵살한 사람과 그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정당이 또 5년간 국정을 끌어가면 되겠느냐”며 이 후보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 캠프 인사는 “후보의 진중함과 중후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점퍼를 벗고 양복을 입은 것”이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운동원 사망을 애도하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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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 앞 출정식에서 양복을 입은채 지지자에게 엄지를 내세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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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 모두 당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은 중도·무당층을 끌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백중 열세’ 판세인 이 후보 쪽이 윤 후보에 비해 소속 정당과 더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어차피 박빙의 양상이어서 중도·무당층이 대선 향배의 키를 쥐고 있다”며 “정당보다는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이들의 지지를 얻는데 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캠프에선 “민주당이 강조되면 안 그래도 강력한 정권교체 여론을 더 키우게 된다.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일종의 차별화 전략”(재선 의원)이란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초반 인물론을 통해 이 후보에 비판적인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전략”이라며 “중도층 지지를 얻은 뒤에는 윤 후보가 빨간색 점퍼를 다시 입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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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이 후보 유세차량에는 민주당 로고가 없는 반면, 윤 후보 유세차량에는 국민의힘 로고가 상단에 적혀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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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을 의식한 이런 선거운동 방식은 기존 당원이나 당 지지층의 심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일부 강성 당원들이 이 후보의 일부 유세차량에 ‘민주당’ 문구와 로고가 표시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들은 당원게시판에 “민주당이 창피한가” “무소속 후보냐”는 등의 비판 글을 올렸다. 이 후보와는 달리 윤 후보 유세 차량에는 ‘국민의힘’ 문구와 로고가 상단에 표시돼 있다.

정치평론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인물만 강조하는 것은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이 후보가 당색을 다시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며 “상승세를 탄 윤 후보는 선거 막바지에는 자신감있게 당색을 드러내며 지지층 결집과 정권교체론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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