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7일 수도권에서 정권교체 의지를 다졌다. 경기 안성에서 출발해 용인ㆍ성남을 훑은 뒤 서울 송파ㆍ서초를 거쳐 종로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서울 서초ㆍ종로와 경기 안성은 3월 9일 대선과 함께 재ㆍ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윤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텃밭인 경기권에서 이 후보를 향한 비판에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 첫 유세지인 안성에서 당 점퍼를 벗고 남색 양복에 카키색 점퍼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지금 민주당은 대선 후보가 위기에 강하고 경제에 유능한 후보라고 자화자찬한다”라며 “이 위기를 누가 만들었나. 민주당이 만들고 후보가 만든 위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의 ‘유능한 경제대통령’ 구호에 대해서도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거론하며 “불법에 유능한 건가”라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의 근원지인 성남에선 공세 수위가 더 높아졌다. 윤 후보는 “도시개발 한다고 하고 3억5000만원 넣은 사람이 8500억원을 받아가게 하는 건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다. 또 백현동에서 시민들 사는 아파트에 50m 옹벽을 처올린 건 산림청장도 처음 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놓고도 이 후보를 겨냥해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축구팀에 후원금을 유치했다고 성과급 주는 건 처음봤다. 이거 누가 받아갔겠나. 왜 공개를 못 하냐”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꼴)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선거 공작 전문가”, “병 든 당”, “전체주의 정당” 등 강한 표현을 쓰며 “국민이 단호하게 심판해야 민주당도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용인에서는 “이 사람들은 선거 전문가다. 정상적인 직업으로 땀흘려서 돈 번 게 아니라 시대착오적 이념에 빠져서 수십년 간 선거 공작만 해온 사람들”이라며 “정치를 늦게 했지만 그동안 민주당 해온 짓은 제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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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기만 공작”이라며 역공을 펼쳤다. 윤 후보는 “옛날에도 히틀러, 무솔리니처럼 자기가 진 죄를 남에게 덮어씌우고 만들어서 선동했다. 이게 원래 파시스트들이나 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이쪽저쪽 진용 관계없이 국민을 약탈하는 건 벌을 받아야 한다. (정치 보복이란 표현에) 속지 마시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민감한 수도권 유세인 만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윤 후보는 서울 서초 유세에서 “(현 정부는) 28번의 주택정책으로 계속 실패를 거듭했지만 저는 이들이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일부러 악의적으로 집값을 폭등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갈라서 집 없는 사람에게 ‘임대인의 횡포에 시달려봐라’고 한 뒤 자기들이 힘없고 가난한 서민, 노동자의 정당이다(라고 주장하며), 선거 때마다 누워서 표 받기 위해 만든 구조”라고 말했다. 송파 유세에서도 “(민주당이) 못 사는 사람들은 자기 편이라고 생각해서 양극화를 방치하고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경선에서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과 회동하며 ‘원팀’ 기조에 힘을 실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5일 경선 이후 처음이다. 유 전 의원은 윤 후보와 20분 가량 독대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선 승복연설에서 말씀드린 그대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면서 협력하겠다. 아무 조건도, 직책도 없이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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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유 전 의원을 “우리 유승민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선배님의 격려가 천군만마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승민 선배님의 격려와 응원이 선거의 확실한 승리뿐 아니라 국민들께도 정권교체로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겠구나 하는 믿음을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회동 직후 서울 종로로 함께 이동해 경선에서 함께 경쟁한 뒤 종로 국회의원 재ㆍ보선에 출마한 최재형 후보 지원유세를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후보는 “저는 감사원장으로서 법과 원칙 지키려고 했지만, 저들은 이 나라를 이념과 지역, 성별로 찢고 분열의 나라로 만들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공정과 상식의 이념까지 뒤집어 엎었다”며 “이제는 우리가 뒤집어엎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그 길에 저와 윤 후보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유 전 의원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늘 말씀드린 대로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통합에 (안 후보가) 대의를 함께 한 것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자세한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ㆍ용인ㆍ성남=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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