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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한국 6대 도시 맞나”vs“지역 도움 안돼”…광주 쇼핑몰 공약, 온라인 싸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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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광주광역시 유세에서 발표한 ‘복합쇼핑몰 건설 추진’ 공약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당 공약을 계기로 ‘대한민국 도시 가운데 인구 기준 6위, 행정 서열 기준 5위에 해당하는 광주광역시에 복합쇼핑몰은 물론 대형 창고형 매장조차 없다’는 사실이 새삼 알려졌기 때문이다.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범여권과 진보진영에서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내걸며 윤 후보 공약을 비판했다. 반면 광주시민 가운데서는 복합쇼핑몰 부재를 도시 낙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며 윤 후보 공약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쪽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쇼핑몰 관련 글은 모두 삭제하겠다’는 공지까지 올라왔다.

윤 후보는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진행한 집중유세에서 “광주시민들께서는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며 “수도권이나 전국 어디를 가도 복합쇼핑몰 많은데 왜 광주만 없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민주당이 유치를 반대해왔다”며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권리를 막느냐”고 했다.

◇카페에서 싸움나자…”쇼핑몰 관련 글은 모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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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 기반의 부동산 카페 운영자가 16일 "쇼핑몰 관련 글은 모두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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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수 10만명 규모 광주 지역 부동산 온라인 카페에는 이날 ‘윤석열이 복합 쇼핑몰 추진한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수도권이든 전국 어디를 가든 복합쇼핑몰 많다”며 “수십 년에 걸친 이 지역의 민주당 독점 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켰나. 다 알고 계시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17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네티즌들은 “맞는 말이다.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왜 막나”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복합쇼핑몰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속 시원하다. 이번엔 윤석열로 간다”고 동조했다. 반면 “지금은 무슨 말인들 못 하겠나” “복합쇼핑몰이 광주 지역민에게 득이 되는 게 뭐가 있나” “동장 선거도 아니고 쇼핑몰 하나로 대통령을 뽑아주나” 등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은 “이런 얘기를 이재명이 했으면 고민도 없었을 거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론이 팽팽하게 흐르자 카페 운영진은 이날 오후 “현시간 이후 모든 쇼핑몰 관련 정치게시글은 삭제 처리된다”며 “쇼핑몰 유치 관련해서 찬반 토론이 아닌 당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 카페 회원이 “대형 쇼핑몰은 부동산 아닌가”라며 운영 방침에 불만을 드러내자 운영자는 “강퇴(강제퇴출)처리됐다”고 했다. “운영 정책을 운영자 마음대로 정할 수는 있는데 조금 불만 표현했다고 강퇴라니, 북한도 아니고 실망스럽다”고 말한 회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복합쇼핑몰 글에 “이런 게 한국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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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기아 타이거즈 갤러리에 복합쇼핑몰 관련 글이 올라오자 가장 먼저 달린 댓글들. /디시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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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관련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복합쇼핑몰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디시인사이드의 기아 타이거즈 갤러리에는 17일 새벽 ‘스타필드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영화관, 실내놀이터, 스크린골프장, 수영장, 사우나, 네일아트, 피부과 등 유흥과 문화시설을 다 넣은 시설”이라는 설명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도 역시 15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는데, 가장 먼저 달린 댓글은 “충격이다. 이런게 한국에 있다는 거야?”였다. 다른 네티즌은 “진심이냐”며 장난을 의심했다. 그러나 다음 달린 댓글은 “여기 들어가려면 입장료 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네티즌들은 “입장료를 왜 내나” “조선 시대에 사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로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는 17일 ‘광주분들 대형마트 안 좋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광주분들 입맛이 얼마나 고급인데 당일 먹을 거 소소하게 동네 시장에서 사서 해먹는 거 좋아하지 쟁여놓고 일주일 먹는 분들 없다”고 했다.

이 글에 달린 100개 넘는 댓글에는 “광주에는 마트 있으면 안 되는 건가” “대형쇼핑몰 찬성 여론이 58% 넘는다”는 반박이 담겼다. 지역언론 무등일보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는 ‘적극 유치’ 입장이 각각 72.3%, 77.4%로 높게 나타났다.

전국의 창고형 대형매장 지도도 확산 중이다. 수도권과 대구·부산·대전 등 주요 대도시에 하나 둘씩은 있는 유명 매장이 광주에만 없다는 걸 보여주는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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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대형매장인 이마트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전국 분포도. 인구 6위 대도시인 광주에는 매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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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발끈… “尹공약, 상생과 연대의 광주정신 훼손”

여권은 반격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산하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16일 ‘소상공인·자영업자 피눈물 흘리게 하는 복합쇼핑몰 유치가 광주발전 공약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위원회는 자료에서 윤 후보 공약을 가리켜 “명백히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이라고 했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전통시장에 가서 대기업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선 후보인가”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광주의 소상공인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며 “지역의 경제구조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이 찬반 논쟁을 부추기고, 자극적 언사로 지역을 비하하는 건 철 지난 갈라치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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