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은 만년 악성 재고로 꼽혀왔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대 중후반 선주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며 총 5척의 드릴십을 완성하고도 넘기지 못했다. 미국 퍼시픽드릴링(PDC) 1척, 노르웨이 시드릴 2척, 그리스 오션리그 2척 등이다.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해상 유전 채산성이 떨어지자 선주사들이 드릴십 인도를 거부하는 사태가 잇따른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한 척당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드릴십 미인도에 따른 손해를 대손충당금에 반영해왔다. 유지·보수 비용도 한 척당 매년 100억원 이상 들어간다. 이에 따라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수년간 적자를 내는 주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삼성중공업은 연결기준 2020년 1조541억원, 지난해 1조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은 유가 상승에 따라 시추 시장이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각국 탄소중립 정책, 우크라이나 사태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국제유가는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5.46달러를 찍으며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서 드릴십도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유럽 지역 시추선사와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같은 해 6월엔 이탈리아 사이펨과 드릴십 1척의 용선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매각 대상인 드릴십 4척에는 유럽 지역 선사와 매매 계약을 맺은 드릴십 1척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로는 조선 해운 관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PEF 운용사들이 거론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미래 선박 투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암모니아 추진선과 연료전지 추진선을 개발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2030년 무인자동화와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증권가와 산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 내년이면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총 80척·122억달러(약 15조원) 상당을 수주하며 수주 목표치인 91억달러를 30% 이상 넘어섰다. 드릴십을 PEF에 매각하는 계획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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