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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이재명, 파란 점퍼 벗고 “국민통합”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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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향해 지지 호소

“정치인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국민 뜻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

충청서 윤석열 ‘사드 발언’ 겨냥

“흉악한 거 말고 보일러 놔드릴 것”


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년들과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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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의 정책이라도 박정희의 정책이라도 다 갖다 쓰겠다. 이게 바로 실용 정치 아니겠나.”

공식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 상행선’ 420㎞를 달리며 강조한 것은 ‘통합’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점퍼 대신 양복을 입은 이 후보는 중도층과 보수층을 향해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부전역 앞에서 이뤄진 첫 유세에서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정치인의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관철하고 싶으면 학자나 사회사업가, 사회운동가를 해야 한다”며 “국민 요구와 내 신념과 가치가 어긋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민 뜻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1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잘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진 ‘경부 상행선 유세’에서 이 후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위기 극복 총사령관 △경제대통령 △국민통합이었다. 이날 자정 부산항 통합관저센터에서 수출 운항 선박 근무자들을 만난 이 후보는 부산서 공식 선거운동 첫발을 뗀 데 대해 “부산은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을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어떤 기억은 갈수록 생생해지고 또렷해진다”며 “억울하고 서러워서 가슴 때리며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노 전 대통령을 또 다시 언급하며 내부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대구에선 고향(경북 안동)을 부각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고향 까마귀도 보면 반갑다는데 여러분과 같이 물을 마시고 여러분과 같이 땅을 딛고 자라났던 저 이재명 보니까 반갑지 않으냐”며 경북 안동 출신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은 “반갑습니더”라며 호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코로나 초기 대구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나갈 때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겠냐”며 “신천지가 코로나 퍼트리고 방역 비협조 할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해서 명단 구하고 조치 제대로 했다면 단 한명이라도 희생자 줄일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윤 후보의 신천지 ‘봐주기 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거리 유세에서 “여기에 OO 노래방, OO 헤어가 있다.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희생 치렀겠냐”며 “대통령이 되면 50조원 추경 즉시 마련하고 안 되면 긴급재정명령권 발동해서 2년간 손실 완전히 보상해주겠다”고 말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불과 2시간40분 전 윤 후보가 유세를 벌였던 장소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제 아내 고향 충청도에 사드같이 흉악한 거 말고 저는 보일러 놔드리겠다”며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윤 후보가 유세했다고 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몰라요”라고 외쳤고, 이 후보는 “여러분 관심 없어도 꼭 지켜보시고, 물건 살 때도 비교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가 누군지 꼭 지켜보고 비교하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박석연(35)씨는 “두 후보 모두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윤 후보와 이 후보 유세를 모두 봤는데 윤 후보는 미리 준비한 종이만 보고 읽는 반면, 이 후보는 원고없이 연설하는 걸 보면서 준비가 많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한 여성은 “손실보상을 해준다고 하면 싫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냐”면서도 “그렇다고 지지 후보가 바뀌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유세활동을 벌이던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총리 등과 ‘원팀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선에 함께 뛰었던 이 위원장과 정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에게 직접 파란 목도리를 둘러줬고, 이 위원장은 이 후보에게 목도리를 둘러준 뒤 양쪽 어깨를 꽉 잡으며 북돋아줬다. 지지자들은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신천지 아웃’ 등의 손팻말과 파란색 형광봉을 흔들면서 응원에 나섰다. 이 후보를 보러 일부러 이자리에 왔다는 권승회(45)씨는 “이 후보가 강조하는 게 능력있는 대통령이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날 이 후보가 경부선 앞 광장에서 즉석연설을 하는 동안 2층 경부선 복도에서도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연설을 지켜보면서 “원팀”을 함께 외치기도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곳으로 국민통합이 담긴 상징적 의미라고 선대위는 설명했다. 부산·대구·대전/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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