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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세도 널뛰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엔 가능성 정도에서 언급됐던 ‘배럴당 100달러’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덩달아 급등세인 각종 원자재 가격의 향방도 주목된다.
국제유가는 약 7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현지시간 14일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53% 오른 배럴당 95.46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 기준 4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한때 96달러를 넘어선 이후 소폭 하락, 전날보다 3.31% 오른 배럴당 94.44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국제정세 불안에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제기하자 국제유가 상승폭은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란 점에서 시장 불안은 상당하다. 전쟁이 현실로 이어질 경우 이 지역 내 에너지 인프라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근 경기 회복세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분위기에서 불거진 양국의 전쟁 시나리오에 국제유가는 더 요동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달 3일 WTI는 배럴당 76.08달러, 브렌트유는 78.98달러였는데, 한 달 반 만에 약 25%가 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가 전망 또한 암울하다. 전날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4.12원 오른 리터(L)당 1,714.58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휘발윳값은 L당 1,783.01원으로 1,800원 진입을 눈앞에 뒀다. 국제 유가가 통상 2~3주 뒤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까진 상승세가 이미 예고된 상태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원자재 가격 또한 급등하는 추세다. 이날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표한 '주요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유연탄(연료탄) 가격은 톤(t)당 235.56달러로 전주 대비 무려 6.18% 뛰었다. 철광석은 t당 149.32달러로 전주 대비 1.73% 올랐고, 구리 가격도 t당 9,950달러로 1.82% 상승하는 등 원자잿값 상승세도 꾸준하다. 공단 측은 “주요 생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로 유연탄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1.5%와 0.1%로 매우 낮은 편이고 수입에서도 러시아 비중은 2.8%, 우크라이나는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긴장이 더욱 심화·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등 공급망 차질, 실물경제 회복세 제약,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수급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의존도가 높은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 가능성 검토, 재고 확대 등을 업계와 함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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