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실시된 민간인 기본 전투훈련에서 79세 할머니가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한 가운데 미국은 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 돌입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2.36달러(2.5%) 상승한 배럴당 95.46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한때 95.82달러까지 오르면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가격도 2.04달러(2.2%) 오른 배럴당 96.48달러로 역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길어질수록 국제유가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하면 미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러시아 원유 수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막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원유 시장의 공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하루에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약 12%인 500만배럴(bpd)을 수출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는 다음달에도 매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의 원유 증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유지해도 러시아의 수출 감소로 생기는 공백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투자 컨설팅 회사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시 창업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석유와 가스 등 상품 수출에 제한이 걸린다면 유가는 틀림없이 배럴당 120달러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는 약 85%에 달한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량은 세계 천연가스 교역량 중 약 25%를 차지한다.
이처럼 원유와 천연가스 등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가뜩이나 급등하고 있는 물가가 더욱 자극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문가 예상치인 7.2~7.3%를 웃도는 7.5%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100달러로 오르면 올해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약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JP모건체이스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찍으면 전 세계 물가 상승률이 7%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될 수 있는 국제유가·천연가스 급등과 재고 부족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백악관은 유럽 등 다른 국가 및 에너지 기업들과 일시적인 증산 등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국민과 유럽, 나아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나라 및 기업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세계 주요 천연가스 생산업체들의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늘리고, 유럽 바이어들에게 일부 물량을 배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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