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NSC(국가안보위원회) 주도로 두 차례 도상 대응 훈련 실시
◇작년 11월부터 백악관 NSC 주도로 ‘타이거팀’ 운영
신문은 “작년 10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인근 집결 이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시로 타이거팀이 구성됐다”고 전했다. 그의 지시를 받은 알렉스 비크 NSC 전략계획국장은 11월부터 국방‧국무‧에너지‧재무‧국토안보부‧국제개발처의 베테랑 전문가들과 정보기관 책임자들을 모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취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별로 미국이 어떻게 신속히 대응할 것인지를 담은 플레이북을 완성했다. 이 각본은 각 부처가 이미 마련한 30여 건의 보고서와 평가서를 집대성했고, 이후 국방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로 배포됐다.
전쟁 지역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부대 중 하나인 미 육군의 제82 공수사단 병력이 지난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폴란드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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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두 차례, 침공 2주 뒤까지의 신속한 대응 도상 훈련
이 신문은 작년 12월, 이 각본을 갖고 장관급과 부(副)장관급이 참석하는 수 시간의 도상 훈련을 두 차례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 도상 훈련에서는 침공 첫날부터 2주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시나리오‧단계별로 미국과 우방국들이 취할 신속한 대응책을 점검했다.
타이거팀이 상정한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교한 사이버 공격과 인프라 마비, 영토의 일부 점령과 같은 제한 전쟁부터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축출과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 점령과 같은 전면전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또 경제 보복을 받은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유럽 우방국들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방안, 폴란드와 루마니아로 유입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처리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 ‘검은 백조’ 시나리오도 대비
타이거팀의 참석자들은 워싱턴포스트에 “이 팀의 가동을 통해, 러시아의 정확한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해도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먼저 공격‧학살했다”는 류(類)의 엉터리 동영상을 제작‧배포하려는 러시아의 왜곡정보전 음모를 계속 미리 공개한 것도 타이거팀이라는 것이다. 타이거팀은 또 발생 개연성이 매우 낮은 이른바 ‘검은 백조(black swan)’ 시나리오도 수십 건 상정해서 대응책을 준비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014년 러시아 침공 땐, 미국은 제재 패키지도 없었다”
타이거팀 운영은 작년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빚은 참혹한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 팀의 참석자 상당수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반군 지원 상황을 직접 겪은 베테랑들이다.
당시 CIA 정보분석관이었던 안드레아 켄달-테일러는 이 신문에 “2014년 크림반도 침공 당시 미국의 러시아 정보 수집 능력은 냉전 종식 이후 너무 축소돼서, 준비도 대응도 미숙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무력 도발에도, 미국은 러시아에 즉각 취할 경제 제재 패키지도 없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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