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적인 첩보 공개-직접 파병 불가-동맹국과 소통 강화
‘전략 부족-미군 희생-동맹 경시’ 작년 아프간 철군 때 뼈아픈 실패
‘우크라 대응’ 지지율에 영향 인식… 일각 “美의 러 대응, 탈레반이 결정”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전략 부족, 동맹 경시, 미군의 대규모 희생 등으로 큰 비판을 받았던 조 바이든(사진) 미국 행정부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위기 대응 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명한 첩보 공개, 동맹과의 소통 강화 등을 통해 국내외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CBS방송에 출연해 “아프가니스탄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중요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12만4000명이 탈출하는 것을 본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볼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대응이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난해 철군 당시 미 정보당국은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는 데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미국 측에 “탈레반과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던 아슈라프 가니 당시 대통령 또한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한 당일 곧바로 해외로 도피했다. 이 와중에 이슬람국가(IS)의 테러까지 터져 미군 13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 또한 급락했고 철군 관련 정보를 제때 제공받지 못한 영국, 프랑스 등 주요 동맹도 거센 불만을 표했다.
이 때문인지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을 보냈을 때부터 러시아의 병력 증강 현황, 예상 침공 루트, 러시아군에 대한 각종 감청 결과 등을 직접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정보원 노출 위험이 있는 만큼 첩보를 기밀로 분류하는 기존 관행과 달리 실시간으로 기밀 정보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과 자주 통화하는 것도 지난해 실수를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최근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가진 수십 건의 통화 내역 및 회담의 날짜, 상대방을 일일이 정리한 팩트시트(fact sheet·설명서)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미군 직접 파병 절대 불가’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지난해 철군 과정에서 발생한 테러로 미군 사상자가 상당했음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때와 달리 “미국인 대피를 위한 미군 작전도 절대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배치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를 두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1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탈레반이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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