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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전쟁 위험에 유가 7년 반만에 최고치…"고물가 불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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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청이는 금융시장 ◆

매일경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 등 서방이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상태여서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까지 덩달아 뛰면서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3일 처음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뒤 11일 93.1달러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또한 같은 날 95.045달러로 90달러대 중반까지 도달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시 서방의 제재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고유가를 견인하고 있다.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시장 상황에서 러시아의 원유 수출 감소분을 대체할 곳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러시아가 포함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1월 생산량과 목표치 간 격차가 하루당 90만배럴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가 100달러 돌파가 현실화할 경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쇼크 모델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을 경우 올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률이 약 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JP모건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세계 경제 성장을 지연시키고 물가상승률도 7%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글로벌 경제 조사 책임자인 피터 후퍼는 블룸버그에 "석유 쇼크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그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에는 악재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 중인 밀 선물 가격은 3월물 기준 부셸당 7.9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6.3달러보다 25%가량 뛰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도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5위에 달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와이호렁 싱가포르 모듈러자산운용 투자전략가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석유를 넘어설 것"이라며 "타 국가들의 식량 쇼크를 불러올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X)에서 거래 중인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지난달 28일 1트로이온스당 1786.6달러에서 11일 1842.1달러로 급등했다. 같은 날 2.033%로 거래가 시작된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1.918%까지 하락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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