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선제적 정보 공개하고 대피 호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서도 교훈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으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13일 민간인들이 특수부대원으로부터 무기 사용법 설명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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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철군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미국의 대처 방식을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반면교사 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언제라도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당장 그곳을 떠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관련한 기밀 정보를 유럽 동맹국들이나 의회,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러시아가 오는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거나, 전쟁 구실을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공격하는 가짜 동영상을 배포하려 한다는 첩보도 공개했다.
이같은 행동은 지난 여름 바이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대조된다. 미 매체 <액시오스>는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의 대실패로 낙인 찍히고 지지도 추락을 겪은 뒤 이번에는 정보를 과하게 공유하고, 동맹과 긴밀하게 조율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지금 떠나라고 말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 대응을 형성하는 것은 탈레반의 카불 진격”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미국은 탈레반의 급속한 수도 카불 장악을 예측하지 못했고, 황급히 철군하면서 영국, 독일 등과 긴밀히 조율하지 않아 불만을 샀으며, 더 위험해진 환경에서 민간인 대피작업을 수행하느라 애를 먹었다.
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유럽 동맹들과 정상 및 고위급 대화를 통해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매번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서방의 확고한 지지를 명확하게 재확인하고 있다. 또한 “민간인 대피를 위한 군사작전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인들의 자발적 대피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의 교훈도 이번에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점령하기 위해 휘장 없이 녹색 군복을 입은 이른바 ‘리틀 그린 맨’을 투입시켜 서방을 교란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에는 선제적 정보 공개로 러시아의 행동에 김을 빼고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시엔엔>(CNN)에 출연해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또는 세계에 깜짝 행위를 수행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한다”며 “최대한 투명하고 널리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세적인 정보 공개와 경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의 적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우리나라에서의 패닉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패닉만 키울 뿐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기밀 정보 공개는 정보원과 수집 방법을 노출시킬 위험부담도 있다고 <시엔엔>은 지적했다. 또한 일부라도 정보가 잘못됐을 때 미국의 신뢰도를 깎아먹을 수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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