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국방안보팀장인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11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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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 총력전에 진입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정식 등록을 마치면서 국민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다. 대통령 선거는 국민 개개인에 주어진 선택권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적인 선호도 차이가 있지만,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과 생각이 중요하다.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 여야 대선 후보들의 국방정책을 들어봤다. 그 첫 번째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측 김정섭 국방정책 부위원장을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세종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인 그는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쳤다.
Q 이재명 후보의 국방공약의 핵심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국민과 함께 하는 스마트국방이다. 미래 전장환경에 최적화된 효율적이고 강한 군대다. 병력 위주의 군대가 아니다. 지금 전장 환경은 지상·해상·공중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로 확장되는 추세다. 한국군도 전장 환경 변화에 맞춰 작전개념부터 인력 부족, 전력과 정책 구조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 스마트국방 핵심은 무기체계 첨단화가 시작이다. 북한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우주사령부 창설로 우주전력을 확충해야 한다. 작전지휘체계 단순화는 물론, 전투 전문성이나 숙련도를 강화할 수 있는 선택적 모병제를 추진할 때다.
프랑스 쉬프랑 원자력 추진 잠수함 [프람스 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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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우주사령부 창설이 필요한가?
우주전력은 효과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초소형 군집위성, 조기경보위성, (우주 기반) 레이저 요격체계 등 우주전력에 중복투자와 각 군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려는 것이다. 미국은 별도의 우주군을 창설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2018년과 2020년 우주부대를 만들었다. 우리도 우주시대를 맞아 시대에 서둘러 우주사령부를 창설해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원자력 잠수함은 아주 유용한 전략자산이다. 디젤 잠수함은 수중작전을 2주 정도 가능한데 원잠은 2개월이나 수중에서 정찰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원잠을 추진하기 위해선 미국과 우라늄 농축을 협조해야 한다.
Q 최근 논란이 된 선제타격은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이 핵무기를 장착한 미사일로 대한민국을 향해 공격할 게 명확하다고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현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의 핵공격이) 100% 확실한지 끝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공해상으로 무력시위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우리 땅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건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어떤 주관적 판단을 내리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군사행동을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제타격은 북한의 핵사용을 막기보다는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억제전략은 필요하다. 북한이 어떤 (도발적인) 행동을 했을 때 엄청난 보복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지난 2015년 11월 사드 체계의 미사일 요격시험 발사 장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M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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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의견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고도 40~150km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한다. 그 아래(고도 40㎞ 이하)로 날아오는 수많은 단거리 미사일은 막을 수 없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북한이 수도권으로 발사하는 대부분 탄도미사일은 저고도로 날아온다. 사드는 북한 탄도미사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에 부적합하고, 도입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국산 L-SAM(장거리 요격미사일)을 개발하는 게 빠르다. 우리 방산업체 활성화 차원에서도 당연히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가는 게 맞다.
Q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책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해선 미사일 방어도 있지만, 응징과 억제전략이 기본이 돼야 한다. 북한이 핵사용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군이 가진 많은 탄도미사일과 전투기의 정밀타격 등으로 응징하는 방법이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북한 지도부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Q 선택적 모병제는 무엇인가. 완전 모병제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민개병제는 징집 대상자가 일반병으로 갈 것이지, 아니면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으로 갈 것이냐를 선택하는 제도다. 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우리 군은 병력 50만 명 가운데 30만 명이 단기 복무 징집병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그러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병역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징집은 현재 3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줄이고, 대신 전투부사관 5만 명과 군수·교육 분야 군무원 5만 명을 충원하는 것이다. 또 시설과 경비 등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민간 외주를 과감하게 확대하면 된다. 그럴 경우 전체 상비병력을 40만 명 정도로 줄일 수 있다. 국방 종사 인력의 전체적인 숫자는 50만 명으로 변화가 없다. 또 간부 비율이 높아져 전투력이 강해지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전면적인 모병제는 아직은 가능성이 작다. 가령 15만 명을 모병한다면 20세 남자 인구에서 20% 넘게 모집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도 병역 자원의 5%도 모병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택적 모병제가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Q 병사 근무 여건에 관심이 많다.
군 복무 중에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겠다. 병사들도 책이 필요하다.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월 200만 원으로 인상하고, 병사 휴대폰 통신요금 반값도 약속한다. 현재 공무 중 사고에 보상하는 군인재해보상법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상해보험으로 병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
낙후된 신병교육대 시설도 대폭 개선하겠다. 노후한 생활관을 2인 또는 4인실의 침대형으로 바꾸겠다. 식당, 샤워실, 화장실 등은 모두 현대식으로 개선하겠다. 군 복무 중에 학업 수행 여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지금 온라인으로 취득 가능한 학점이 12개월 기준으로 12학점인데, 18개월 기준으로 해서 21학점으로 확대하겠다. 군 복무 중에 원하면 1학기를 이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E-북 포인트를 지급해 병사들이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Q 군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 정책은.
지금 우수한 군인들이 계급 정년제 때문에 40대 중반에 군을 떠나야 한다. 이건 개인에게 가혹하고, 우수 인력 활용과 전문성 유지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군인 정년을 재검토하고, 전역한 분들은 경력직 군무원으로 채용하는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역 군 간부들에 대한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병사 복무기간 단축으로 우수한 단기복무 장교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그래서 학군(ROTC) 장교의 경우 복무기간을 24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현역 군인에 대한 전세 대출의 지역제한을 해제할 필요가 있다. 가족과 떨어져 있고 근무지 이동이 많은 군인의 전제 대출이 지역 제한으로 대부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 돌봄 시설 확대도 시급하다.
군장병들이 2012년 4월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한강변에서 한강 하구 군부대 철책선 철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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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은 무엇인가.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지역과 국민에 대해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전방 접경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구역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군사시설보호구역도 대폭 해제할 생각이다. 지금은 첨단장비로 경계를 보완할 수 있다. 한강변 철책도 모두 제거하고 도심 주변의 탄약고도 대부분 이전하겠다.
Q 지금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원인에 대해 논란을 제기하는데.
천안함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판단한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 더는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
Q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합당한 응징을 해야 한다. 억제전략의 기본이 아닌가. 북한이 도발하면 그에 상응하는 응징을 해야 전쟁 억제가 유지된다. 하지만 비례성 원칙은 지켜야 한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차원이다.
Q 원잠과 선택적 모병제 등 스마트강군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선택적 모병제와 군무원 충원 등에 따른 인건비 소요는 2027년 기준으로 4조 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 예산은 국방비 지출 구조 조정이나 증액되는 국방비를 활용해 충당할 수 있다. 작년에 발표한 국방중기계획대로면 2026년 국방비는 70조 원 규모다. 국방비에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를 잘 정리하면 스마트 강군을 위한 예산 소요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실용성이 부족한 재래식 전력을 좀 감축하고, 유사중복 전력 소요를 통폐합하면 상당한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
Q 국방력의 토대가 되는 방위산업 육성도 중요하지 않은가.
방산을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하는데 방산분야를 테스트베드(testbed)로 이용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서 실험하기란 실제 어렵다. 까다롭고 보수적인 방위사업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연평도 해병대 장병이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진지가 불타고 있는 가운데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이집트와 K-9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K-9이 세계 자주포 시장을 석권했다. [사진 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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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9 자주포와 천궁-2 대공미사일 수출로 방산수출이 부각되고 있다. 수출 전략은?
방산 수출은 방산업체에만 맡겨선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수출 계약과 품질 보증, 후속 군수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방산 수출은 무기만 해외에 달랑 파는 게 아니다. 국내 산업과 관련한 유기적 협력과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 그래서 2027년까지 총 50개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관련된 강소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국과연의 기술료도 면제해 방산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 앞으로 한국이 방산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본다.
Q 국방개혁 추진에 군 내외 공감대 형성 한계와 추동력 상실 등 문제가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국군통수권자가 국방혁신을 직접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청와대 직속으로 국방혁신기구를 둘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국방정책에 정통한 민간 전문가와 행정 전문가, 군사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민관군이 충분한 숙의를 거쳐 국방혁신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Q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어떻게 생각하나.
종전선언은 북한 도발과 한반도 긴장상황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한 것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다. 남북 정상은 이미 두 차례나 종전선언 추진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종전선언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남북 및 북·미 사이에 신뢰 증진의 계기가 되고, 비핵화의 돌파구 및 평화협정 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초기 과정이다. 종전선언 이후에도 한반도의 법적 상태는 여전히 정전협정에 의해 규율된다. 유엔사 무력화나 주한미군 철수와는 전혀 무관하다. 또 주한미군은 종전선언과 관계없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주둔할 수 있다.
Q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에 대한 입장은.
전작권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전환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조건이나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와 판단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 한·미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고 추진되고 있으므로 그 절차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검증을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하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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