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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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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병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주기적 초협진으로, 말기·재발 암 극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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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정면 고려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중앙일보

곽정면 교수는 “대장암의 진단·치료·관리에 병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초협진을 통해 암 환자의 치료 성적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대장암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병한다. 위험도를 고려해 검진 간격을 조절하고 수술·항암제·방사선 등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은 환자 생명과 삶의 질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다.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암협진팀이 ‘초(超)협진’ 진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암의 진단과 치료, 관리 등 전주기에 병원 전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자의 치료 성적을 끌어올린다. 곽정면(49) 대장항문외과 교수(과장)는 “대장암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의 개념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Q : 대장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불규칙한 생활 패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고기·돼지고기나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 섭취량의 증가가 환자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전체 대장암의 10%는 ‘MLH1’이나 ‘APC’ 등 특정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성 대장암으로, 동일 환경에서도 암이 발병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가족력이 있거나 다발성 용종이 발견된 경우라면 젊은 나이라도 유전자 검사를 받고 정기 검진, 운동·식단 관리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Q :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다.

“대장암의 치료는 진단 시 병기에 좌우된다. 크기가 작고 주변 조직에 퍼지지 않은 상태(0~2기)라면 수술이 우선이다. 우리 병원의 경우 복강경·로봇을 활용해 절개 없이 암을 제거하는 최소침습 수술을 주로 적용한다. 특히 직장암은 골반 안쪽에 위치해 수술 시 시야·공간 확보가 어려운데, 얇고 섬세한 로봇팔을 이용하면 직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된다. 병원에서 직장암 수술 후 인공항문을 만드는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대장 주변의 림프샘으로 암이 전이된 3기 역시 수술과 표적·면역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통해 8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암을 뒤늦게 발견하거나 재발한 경우다.

4기는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진 상태라 수술로 모두 없애기도,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만으로 완치하기도 어렵다. 수술 후 재발한 대장암도 대부분 4기로 치료 난도가 높다.”

대장암 4기 또는 재발 환자는 전체의 20%에 달할 만큼 환자가 적지 않다. 병기나 환자 건강 상태에 맞춰 치료법을 결정하지만 외과 의사는 수술을, 종양내과는 항암 치료를 권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환자·보호자는 혼란에 빠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다학제 협진이다. 대장항문외과·소화기내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한데 모여 최상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진료 시스템이다.

Q : 최근 다학제 협진을 발전시킨 ‘초협진’ 개념을 국내 최초로 제시했다.

“다학제 협진은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가운데 암을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무기’를 찾는 과정이다. 예컨대 종전에 치료를 포기했던 환자도 항암·방사선 치료로 암의 크기와 공격력을 줄인 다음 각 분야의 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초협진은 종전에 진단·치료에 국한한 다학제 협진을 예방·관리의 전 과정까지 확대한 것이다. 의료진과 병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진정한 환자 중심 진료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풍부한 다학제 협진 경험과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를 토대로 기존의 다학제 협진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의미를 담았다.”

Q : 초협진의 특징이 궁금하다.

“첫째, 시간·공간을 뛰어넘는 다학제 협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려대의료원은 클라우드 기반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통해 안암·구로·안산 병원과 청담고영캠퍼스가 연결돼 있다. 암 환자의 진단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초진 환자도 진료를 받는 즉시 다학제 협진이 가능하다. 별도로 시간을 내 모이지 않는 만큼 의료진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병원 방문에 따른 환자의 불편함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암 환자의 전주기적 관리를 시작한다. 유전자 검사 대상부터 의료진이 소통해 결정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땐 사회사업팀, 치료 후 관리는 집중영양치료팀이 협진에 참여하는 등 병원 구성원 모두가 환자 치료에 나선다. 올해 대장암을 시작으로 희소 암까지 적용 대상을 넓혀 보다 많은 환자가 초협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Q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초협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고령의 대장암 환자의 치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 앱처럼 어려운 기술을 대체할 다른 플랫폼이 없을지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고려대의료원이 추구하는 ‘스마트 병원’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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