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타 메솔라(43·사진) 유럽 의회 의장이 10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처음으로 자신의 고국인 몰타를 방문,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지중해 소국의 몰타 국민은 이날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한 메솔라 의장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했다. 여섯 개의 섬으로 이뤄진 몰타 면적은 제주도의 6분의 1(316㎢)이고 총인구는 서울 서초구와 비슷한 45만명에 불과하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몰타에 따르면 몰타 중심가의 세인트 폴 성당을 방문한 그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일부 지지자는 “로베르타”를 연호하면서 “몰타가 해냈다”고 외치기도 했다. 메솔라 의장은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응해주면서 순식간에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 그는 이날 조지 아벨라 몰타 대통령을 예방해 공식 회담도 가졌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의 입법부로,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와 사법부인 유럽사법재판소(ECJ)와 함께 EU를 이끄는 핵심 기관이다. 유럽의회 의장은 이 때문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EU 의전 순위 맨 위에 올라 있다.
메솔라 의장은 지난달 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의장 선거에서 회원 27국 705명의 의원 중 458명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임기 2년 6개월의 새 의장으로 선출됐다. 여성 의장은 이미 두 번 나왔지만, 40대 초반 의장이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법과 정치학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으로, 34세이던 2013년 처음 임기 5년의 유럽의회 의원이 돼 2선을 했다.
그녀의 성향은 중도 보수로, 유럽의회 내 우파인 국민당 그룹에 속해 있다. 이민, 테러, 대(對)미국 외교 등에서 주로 활동해 왔고 EU의 역할 강화에 적극적이다. 의장 취임 연설에서 “유럽의회의 리더십과 민주적 가치의 강화, 그리고 반(反)EU 논리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고조되자 이탈리아 TV에 나와 “유럽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단결해야 하며, 러시아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회 내에선 ‘다둥이 엄마’로도 유명하다. 같은 유럽의회 의원인 핀란드 출신 남편과 결혼해 총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40대 초반 여성이 유럽의회를 이끌자 “30~40대와 여성 리더십이 유럽 정치의 대세(大勢)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 유럽 회원 27국 최고 지도자 중 30~40대의 비율은 37%(10명)에 달한다. 핀란드 산나 마린(36)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44) 프랑스 대통령과 카야 칼라스(44) 에스토니아 총리, 알렉산더르 더크로(46) 벨기에 총리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 위협으로 주목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대통령도 40대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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