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품 안 쓰는 이숙용씨 “세상이 너무 무서워지기 전에 작은 실천으로 지구 지켜야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감자탕은 냄비에 받아오고…일회용 앞치마 1년 사용
텀블러·쇼핑백 휴대 등 ‘생활화’…“특별한 행동 아냐” 얼굴 비공개

경향신문

방송작가 이숙용씨가 지난 3일 대전 동구의 사무실에서 평소 가방(에코백)에 넣고 다니는 텀블러, 종이컵, 손수건 등을 꺼내 보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회용품 안 쓰기 ‘끝판왕’ 이숙용씨 “환경주의자는 아니에요, 세상이 너무 무서워질까봐…”

주문한 음식 냄비에 담아 오기. 식당에서 주는 일회용 앞치마 6개월 쓰기. 일회용 종이컵 10차례 이상 쓰기. 텀블러(다회용컵)·휴대용 쇼핑팩·손수건 쓰기는 필수….

대전에서 방송작가(대전교통방송·대전국악방송)로 활동하는 이숙용씨(58)는 이렇게 산다. 남들은 그를 유별난 사람으로 보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유별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는 인터뷰 요청도 여러 차례 사양했다.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라는 게 이유다. 어렵게 허락을 받았는데, 조건이 있었다. 신문에 얼굴을 내지 않는 것.

“작은 물방울도 계속 떨어지면 바위에 구멍을 내잖아요. 친환경에 대한 저의 생각도 그런 거예요. 생활 속에서 작은 것들을 꾸준히 실천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실천하고 있을 뿐이지요.” 오는 6월10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놓고 온라인 등에서 찬반 여론이 끓고 있는 상황에서 오래전부터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몰아내기를 묵묵하게 실천해오고 있는 이씨를 지난 3일 대전 동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얼마 전 가족 회식을 위해 동네 식당에 감자탕을 주문했는데, 냄비를 직접 들고 가서 담아 왔어요. 숟가락과 젓가락은 물론 반찬도 받아오지 않았고요. 반찬을 받아오면 일회용 용기와 비닐이 잔뜩 딸려 오잖아요.”

‘주문한 음식 냄비에 담아 오기’는 이씨 가족에게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씨는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평소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것을 더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자신의 가방에 들어 있는 것들을 책상 위에 좌르르 쏟아놨다. 일회용 앞치마, 낡은 종이컵, 텀블러, 휴대용 장바구니, 손수건 등 온갖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검정색 일회용 앞치마였다.

“지난해 6월 한 음식점에 갔다가 받은 건데 한 번 쓰고 버리기 아까워서 백에 넣고 다니면서 사용해요. 앞으로도 1년 이상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업무상 방문한 곳 등에서 종이컵에 담긴 커피 등 음료를 접대받는 경우에도 컵을 버리지 않는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사용한다. 종이컵에 물을 제공하는 식당에 가면 자신의 가방 속에 있는 종이컵을 꺼내 물을 담아 마시고, 사무실 등에서 양치질을 할 때도 그걸 사용한다. 이씨는 자신의 이런 행동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누차 얘기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지독하게까지 여겨질 정도다.

그가 텀블러를 사용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텀블러의 중요성이 주목받기 한참 전의 일이다. 환경과 지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자연스럽게 일회용품 사용을 피해왔다. 자연스럽게 텀블러와 휴대용 장바구니, 손수건 등을 이용하게 됐다.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등 제도만으로는 폭증하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지 않는다면, 아마 머지않아 지구는 일회용품으로 가득 차 버리고 말 겁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저는 결코 환경주의자가 아니에요. 세상이 너무 무서워질 것 같아서 그냥 저라도 일회용품 줄이기를 실천해 나가고 있는 거예요.”

글·사진 |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