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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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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언론사 파산” 발언 파문…“빈곤한 언론관에 파괴적 편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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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일자 “판사가 결정하는 것”

전문가들 “언론의 사회적 역할

인식 못하는 사법만능주의” 지적


한겨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전남 순천역에서 정책 공약 홍보를 위한 '열정열차'에 탑승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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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며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던 그가 본인과 가족 관련 의혹 보도가 거세지자 이를 법으로 단죄하겠다는 사법만능주의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2일 순천역에서 여수로 향하는 ‘열정열차’ 안에서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혁 방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공정성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해나가는 건 지배구조가 중요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언론의 공정성 문제는 그냥 정치적 공정성이라고 보지 말고, 진실한 보도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공정한 것이다. 진실하지 않으면 공정성을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도 했다. 공영방송의 편향성이 여권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지배구조에서 비롯되므로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 질문에 허위보도를 강하게 규제하면 ‘불공정 언론’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답한 것이다.

윤 후보는 13일엔 “저는 언론 자유를 조금이라도 훼손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선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언론에) 책임을 어떻게 묻느냐는 것은 판사의 판결과 결정으로 하는 것이지,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자나 이런 정치적·행정적 차원에서 언론에 대한 책임 추궁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언론사 파산’ 발언이 언론 통제 우려로 번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윤 후보의 빈곤한 언론관이 ‘사법만능주의’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윤 후보의 발언은) 언론사의 기사가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 검증 기능 등 공적인 역할의 관점이 아닌 법으로 규제하고 징계해야 될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언론에 대한 대응을 법적 책임부터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며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에 대한 민감도 낮으며 언론에 대한 파괴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언론사 파산’ 발언이 자신을 향한 언론의 검증 보도를 ‘경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후보 쪽도 마찬가지로 김혜경씨, 대장동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언론에 대한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윤 후보도 이런(언론) 부분에 대해 말을 조심하다가 최근 김건희씨 의혹 보도가 이어지니 허위보도를 때려잡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에 불만을 표시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언론중재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반대 입장을 펴왔던 윤 후보가 갑자기 법을 통한 강력한 처벌에 대해 얘기를 하니까 마치 180도 입장이 바뀐 듯이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이제 와서 강하게 규제하고, 엄벌해야 된다는 반응을 하는 걸 보면, 얼핏보면 원론적인 자유주의자 같이 보이는데 내용을 보면 좌충우돌”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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