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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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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승부수’ 安과 ‘李·安’ 단일화 급한 불 끈 尹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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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꼽히는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13일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이에 잠복해 있던 단일화 이슈를 이날 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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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후보 등록 후 유튜브를 통해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국민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화 후보를 뽑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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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히던 안 후보는 이날 오전 대선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며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 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로 결단함으로써 정권 교체의 기반을 만든 사람”이라며 “그 때 합의한 방식과 문항이 있다.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상식에 기반해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윤 후보 말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매듭 지을 수 있다”며 “윤 후보의 진정성 있는 화답을 기대한다. 이제 선택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합의했던 여론조사 방식은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를 두 개 진행한 뒤 합산하는 무선전화 100% 면접 조사 방식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까지 조사 대상에 넣는 ‘전국민 여론조사’ 형식이었다. 이번 대선에 대입한다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느냐’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는 식으로 묻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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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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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안 후보 제안에 대해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정권 교체를 위한 대의 차원에서 제안을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다”면서도 “여론조사 얘기를 들었는데, 고민해보겠지만 좀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에 대해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을 뜻하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서로 신뢰하고 정권 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후보 간 담판 방식의 단일화를 강조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 뒤 “안 후보가 정권 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 통합을 위한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안 후보 요구대로 여권 지지층을 포함한 전국민 여론조사로 야권 단일후보를 뽑을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층이 압도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안 후보가 유리하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정설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안 후보 회견 뒤 페이스북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게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군요”라며 비판적 자세를 보였다.

안 후보가 먼저 단일화 공식화 물꼬를 트기까지는 “윤 후보 측에 끌려가느니 선제적으로 단일화 문제를 제안하자”는 전략적 판단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 등록을 앞두고 안 후보 측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 단일화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는 사이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 안팎의 정체 현상을 보였고, 윤 후보의 “적폐청산 수사” 발언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각각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자 정치권에선 “이대로 가면 안 후보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지난 12일 캠프 회의를 통해 ‘선제적 단일화’ 제안의 뜻을 모았고, 안 후보가 이날 전격적으로 회견을 한 것이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제가 완주한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도 정말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고 하니, 그렇다면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의 판단과 평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굳건하게 가는 것이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전국민 여론조사 요구는 부정적으로 보지만 안 후보가 일단 단일화 협상의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은 반기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의 제안으로 이재명-안철수 단일화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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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방식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당분간은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제안에 부정적인 국민의힘 입장을 접한 뒤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제안”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수백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 때문에 선거일이 다가 올 수록 초조해질 사람은 안 후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후보는 이날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에 입원한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빠른 쾌유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인의 확진 소식을 전하며 눈물까지 흘린 안 후보에게 윤 후보가 인간적으로 다가가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두 후보가 각자 후보 등록을 마친 만큼 대선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을 1차 협상 시한으로 꼽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은 적히지만 ‘사퇴’라고 표기된다. 인쇄를 마치고 나면 단일화가 되도 두 후보 이름이 모두 그대로 표시되고, 투표소 안내문에만 사퇴를 알리는 공지를 게시한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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