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 않는 주장 출현” 러시아측 음모설 동조
“코로나 中 유입 방지 우선하는 모양새”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가 지난 11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경기를 마치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반대”라는 문구를 카메라에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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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등 서방 각국이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 철수 작전이 한창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이 철수령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스터 샷 접종을 통보해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의 공식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 계정. 서방 국가들이 속속 자국민에 대한 긴급 철수령을 내린 가운데 중국대사관은 지난 11일과 12일 코로나19 부스터샷 접종 방법을 통지했다. [웨이신 캡처] |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은 공식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에 “최근 우크라이나 코로나19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이미 우크라이나 주재 교민의 감염이나 귀국 후 확진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며 “동시에 우크라이나·러시아 긴장 관계 정세가 다방면의 주목을 불러왔지만,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각종 주장이 출현했다”는 안내문을 발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세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방범의식을 강화하라”고 했지만 방역보다 앞세우지 않았다.
중국 대사관 발표는 침공 임박설은 미국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러시아가 제기한 ‘서구 음모론’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중국인 철수령은 내리지 않았다. 12일 주우크라이나 중국 대사관은 ‘시노백부스터샷 접종 통지(1)’이란 제목의 통지를 발표했다. 통지문은 키예프 49명, 드니프로페트로우시크 23명 등 우크라이나 9개 주(州) 교민 130명의 개별 이름을 나열하며 백신 접종 지점과 시간을 통지했다.
우크라이나 중국대사관이 철수령 대신 부스터샷 접종 명령을 내린 데 대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시하는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중국 내 코로나 유입 방지를 앞세우는 모습이 북한식 방역을 연상시킨다”며 “중국이 미·러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국제선 항공노선에서 입국 후 핵산검사에서 확진자 숫자가 5명을 넘길 경우 1주, 10명 이상 4주의 서킷브레이커 조치(항공편 운항 중단)를 시행 중이다. 또한 탑승 전 사전 검사를 소홀했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중국 외교 공관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3년 12월 5일 베이징을 국빈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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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외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철수령을 내리지 않은 것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서방 각국의 카불 철수 작전에도 불구하고 공식 철수령은 내리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 정부도 철수령을 내리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에서 “중·러 양국은 더 많은 ‘연합 행동’을 전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4월 베이징 중·러 정상회담 직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장 반대, 어떤 형식의 ‘대만독립’ 반대를 공동성명에 기재하며 협력을 다짐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립 입장을 버리고 러시아를 택하면서 중국과 우크라이나 양자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3년 12월 베이징을 국빈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당시 성명문에는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사용한 침략 혹은 침략 위협을 받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상응하는 안전 보장을 제공한다”는 ‘핵우산 제공’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금까지 9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답방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지난 2011년 6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2001년 7월 우크라이나를 각각 국빈 방문했다.
9년 전 ‘핵우산 제공’을 약속했던 중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엔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러시아가 요구한 회의 중단 표결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지며 우크라이나 대신 러시아 편에 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일 우크라이나의 직접적 위협이 없고 중요한 경제 협력 국가인 중국의 투표는 “중국의 결정이 우크라이나와 무관한 중국의 국익을 따랐다고 해도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러시아를 제치고 우크라이나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수입하는 옥수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은 또 첫 개조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비롯해 각종 군수품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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