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윳돈 생겨도 국가재정법 따라 추경 지원은 4순위
與 국채 발행 통한 추경 증액 주장은 '매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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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예측 실패로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61조원의 세금을 더 걷었지만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3조4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요구대로 35조~50조원 규모로 추경 규모를 늘리려면 약 3조원을 제외하고는 고스란히 나랏빚을 더 내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전쟁 당시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1월 추경'도 모자라 증액을 압박하는 정치권을 두고 아들딸 세대의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는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의 '2021년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결과'에 따르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8조원으로, 이 중 추경에 쓸 수 있는 재원은 3조4000억원이다. 세계잉여금이란 정부 예산보다 더 걷힌 세금(초과세수)과 정부가 예산을 편성했지만 쓰지 못하고 남은 돈(세출불용액)을 합한 금액을 뜻한다.
정부 여윳돈이 18조원에 달하는데 추경에 쓸 수 있는 돈이 이를 크게 밑도는 것은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라 쓸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지방교부세(금)를 정산하고 남은 재원의 30% 이상을 공적자금상환기금으로 쓴 뒤, 다시 잔여 금액의 30% 이상을 국가채무 상환에 차례로 사용해야 한다. 이후에도 돈이 남으면 추경 편성 등에 쓸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잉여금 중 지방교부세를 제외하면 공적자금상환, 채무상환, 추경 또는 이입 순으로 쓰게 되는데 추경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대략 3조4000억원"이라며 "법정지출을 제외한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4월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승인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에 쓸 재원은 3조4000억원에 불과하지만 국회는 정부 추경안(14조원) 보다 무려 40조원 많은 약 54조원 규모의 추경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정부가 의결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 기준으로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재정당국이 완강히 버티고 있지만 여야 요구대로 추경 규모를 35조~50조원 수준으로 증액할 경우 적자국채를 더 많이 찍어내야 한다. 현재 야당은 국채 발행 대신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부족하면 올해 초과세수 등을 활용해 갚아나가자는 입장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재정 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안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정부 추경안 반영시 1075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 달한다. 여당 요구대로 적자국채를 찍어내 계속 '선심성 돈 풀기'에 나설 경우 국가 재정 건전성과 대외 신인도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금리와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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