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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악몽' 반복 없다…美, 우크라내 미국인 대피계획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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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러시아와 벨라루스 군대가 합동 군사훈련 중 다연장 로켓 발사기로 발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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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폴란드에 주둔한 미군이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 철수를 지원하는 내용의 국방부 계획을 승인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벨라루스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하기 하루 전에 나온 조처다.



'아프간 혼란' 되풀이 없게 미리 자국민 탈출 계획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폴란드에 주둔 중인 미 육군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1700명 중 일부를 접경 지역으로 보내 유사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자국민을 지원하게 했다. 해당 병력은 직접 우크라이나로 들어가지 않고, 국경에 검문소와 천막 등을 설치한 뒤 폴란드로 빠져나온 미국인에 대한 지원을 맡게 된다.

WSJ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이 같은 철수 계획안을 미리 승인한 것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이뤄진 어수선하고 지저분했던 철수에 대한 악몽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프간에서의 미국인 철수는 엉망이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같은 혼란이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간 카불 정부 붕괴 당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탈레반의 위협 속에 보름 동안 카불 국제공항에서 군 수송기로 자국민과 아프간인을 실어날랐다. 이 기간 동안 12만3000명이 아프간을 탈출했고, 자살폭탄 테러로 아프간인 169명과 미군 13명이 목숨을 잃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당시 아프간에서 마지막으로 미군 수송기에 올랐던 크리스토퍼 도너휴 소장 등이 폴란드에 파견돼 이번 우크라이나 철수 작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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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게 점령된 뒤 수백명의 사람들이 미 공군 C-17 수송기를 타기 위해 달리고 있다. 당시 일부는 탈출을 위해 미국 수송기에 매달렸다 추락해 사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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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 때와 달리 우크라이나에는 주둔 미군이 없다는 점도 이번 비상 대피 계획을 서두르게 된 이유다. 미군 병력은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공항에 미국 수송기를 보내 자국민을 실어내는 아프간식 대피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만약 러시아가 침공하면 미국인들은 미군 지원 없이 자력으로 육로를 통해 폴란드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약 3만 명이다.

앞서 지난달 말,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에게 폴란드와 슬라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몰도바까지 육로로 가는 경로와 비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검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익명을 요청한 백악관의 한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그곳을 떠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WP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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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 육군 82공수사단이 폴란드 남동부 르제우-자시온카 공항에서 브래그 요새로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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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14만명, 군 최고 사령관도 출동



현재 러시아군 14만 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에워싸고 있다. 러시아 군 최고 사령관들까지 합동 군사훈련 명목으로 벨라루스에 집결한 상태다. 10일 시작하는 러시아·벨라루스의 합동 군사훈련에는 러시아 병력 수천명, S-400 지대공미사일, 판치르 대공방어체계, Su-35 전투기 등 러시아 무기가 투입된다. WP는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이번 훈련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다방면에서 침공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배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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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벨라루스 군들이 벨라루스에서 합동 전투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이 훈련에는 전차와 장갑차뿐 아니라 대포, 대전차미사일 부대도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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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서방과 러시아의 외교적 노력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든 것은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 진지한 협상 의향을 보이는지에 달렸다”면서 “지금껏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제안에 무례하고 경솔한 대응만을 보여왔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나토의 외교관들은 “러시아의 요구가 너무 광범위해 타협의 여지를 찾을 가능성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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