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둘러싸고 국회-기재부 대립 양상
함준호 교수 "정부부채 선제적 관리 시급"
김인준 교수 "선심성 공약…국가신인도 우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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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최대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학계에서도 민간·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0%를 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국내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석학들의 비판도 제기된다.
10일 한국국제경제학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발표문에서 "한국의 매크로(민간·정부) 레버리지 수준은 최근 GDP 대비 254%까지 확대됐다"며 "가계·기업 부채가 이미 과다 부채 임계치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어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잠재적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민간 부채 규모는 전체 민간 부채 대비 약 20%, GDP 대비 4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문 역시 경직성 지출의 확대에 따른 구조적 재정적자의 고착화 위험에 유의하는 한편, 중기적으로 정부 부채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들의 부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도 나왔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논문 '재정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 상승하면 은행채 CDS 프리미엄이 약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지표다. 국채 CDS 프리미엄으로 측정한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은행채 CDS 프리미엄으로 측정한 은행 부도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은 2020년 기준 전체 국고채 총 잔액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은행권 총자산 중에서 국고채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0% 수준에 달한다. 그는 "은행은 국채의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의 약화에 따른 국채가치 하락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다"며 "국채 가치가 하락하면 은행 자산 건전성이 악화해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추경 등을 둘러싼 경제학계 원로의 비판도 이어진다.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문에서 "대선 정국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재정 제약이 없는 것처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제 아래 포퓰리즘과 팬덤 정치가 성행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등을 지낸 경제학계 원로로 꼽힌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이 한국의 국가부채를 어떻게 평가할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유사시 국가신인도가 크게 의심받게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관리재정수지 위주로 재정 건전성 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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