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디지털 성범죄 겨냥 “남녀 아닌 인권의 문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대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이대남과 이대녀를 아우르며 청년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에 참석해 “통계적으로 보면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남성 피해자가 30%나 된다. 남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달라”고 말했다. 대담은 과거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박지현씨와 진행했다. 박씨는 지난달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 디지털 성범죄근절특별위 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이 후보는 특히 남녀 갈등에 대한 경계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라고 하면 여성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고, 그래서 일부에선 남녀 성 갈등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을 겨냥한 공약을 주로 발표해 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차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대담 후 이어진 ‘디지털 성범죄 근절 명심 선언문’ 서명 퍼포먼스 도중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라고 쓰인 대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그는 “언젠가는 이런 말(여성)을 안 쓰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여전히 성 불평등, 여성 피해가 크기에 지금은 ‘여성’이라고 쓰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사람’이라고 쓰는 시대를 우리가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선대위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많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당내 의원들을 향해서도 그는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선대위 측은 이 위원장의 지원으로 여성·중도·호남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추경 증액과 금융지원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정부 압박에도 나섰다. 이 후보는 “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하소연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추경 증액도 반대하고 있다”며 “답답하다. 솔직히 화가 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을 거론하며 “어느 때보다 따뜻한 가슴의 행정이 절실한 때다. 정부 당국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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