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9일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말을 아끼는 대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종일 쏟아냈다. 이날 윤 후보 직속 정권교체행동위원회가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윤 후보는 “이 정부는 자기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하는데, 저는 그것이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를 구성한 사람들은 ‘무조건 우리에게 이익이 되면 따라야 한다’는 식의 조직 논리 같은 게 없었는데, 여기(현 정부)는 그게 아주 강하다”면서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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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시 바로 바꿔야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게 주택·세금·세제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실패한 부분에 대해 즉각적으로 신속하게 제도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측근 인사 중 검찰 출신이 많아 집권 시 공정한 인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일 중심주의’이기에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능력이 안 되는 사람과 가깝게 지낼 시간도 없고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머리 없는 사람이 청렴하다고 해서 뭘 하겠나. 그 사람들이 판단을 잘못하면 많은 사람이 불행해진다”며 “실력 있는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인재를 널리 등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김근식 전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의 『대북정책 바로잡기』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윤 후보는 축사를 통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그 햇볕정책과 함께 균형 잡힌 글로벌 외교를 해오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일방적인 굴종과 편집증으로 외교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치켜세우면서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윤 후보의 화법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권 지지층 갈라치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참석이 예상됐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윤 후보는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찾아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그는 “잊히지 않는 건 ‘희생과 헌신을 통해 자꾸 거듭나야 한다’는 주교님의 말씀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늘 거듭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예방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단일화 이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직후 희생과 헌신, 변화라는 단어를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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