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이 끝난 뒤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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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29일 앞둔 8일 야권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문제로 종일 시끄러웠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 안 후보 측이 윤 후보 측에 단일화 조건으로 국무총리직 등을 제안했다거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안 후보와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논의를 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국민의당은 발끈했다. 국민의당은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고, 권은희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당색 같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펄쩍 뛰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가 타격 입기를 바라는 일부 국민의힘 인사의 악의적인 공격”이라며 “안 후보가 새해 인사차 김 위원장과 만난 것은 맞지만, 단일화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사자가 강하게 부인했음에도 이날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 측이 윤 후보 측에 단일화 조건으로 국무총리직을 제안했다거나,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거론했다는 소문이 종일 돌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당 측이 단일화 논의에 대해 적극적인 기류”라고 분위기를 했다.
이처럼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과거의 단일화 성공 사례들이 소환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측에서는 담판 방식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론’을 언급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일각에서는 2002년 대선을 24일 앞두고 성사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가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윤 후보, 안 후보의 상황은 과거 단일화 때와 구도 등에서 상당한 차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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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호남+충청’ 손잡은 DJP 연합
1997년 11월 3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령후보 단일화에 대한 합의문 서명식을 가진뒤 손을 맞잡은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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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민련 후보가 손을 잡은 1997년 대선의 DJP 연합은 단일화 시너지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단일화 전인 그해 7월 21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은 50.3%, 김대중 28.2%, 김종필 11.2%로 이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단일화 뒤 치러진 12월 선거에서는 김대중 40.3%, 이회창 38.7%의 득표율로 김 후보가 신승했다.
DJP 연합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DJP 연합은 진보와 보수 세력의 결합이었고, 호남의 DJ와 충청의 맹주로 불린 JP의 지지층이 결합해 시너지가 컸다”며 “반면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정권 교체’ ‘반(反)문재인’ 성향의 지지층이 겹치는 면이 있고, 단일화 시 특정 후보 쪽으로 온전히 지지층이 몰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대중 후보가 김종필 후보 측에 국무총리 및 경제부처 장관 지명권 등을 약속하면서 일종의 연립 정부를 구성한 DJP 연합의 방식이 최근 야권 일각에서 퍼지는 ‘안철수 국무총리론’과 닮았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 구성 과정에서 경제나 과학 분야 등에서 강점이 있는 안 후보와 연립한다면 서로 플러스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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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지만 앙금 컸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오후 상암구장에서 열린 한-일 친선축구 경기 관전에 앞서 정몽준 회장을 만나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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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 연합이 담판 형식의 단일화였다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2002년 대선 단일화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판 승부였다. 우여곡절 끝에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단일화의 성공 사례로 거론되지만, 올해 대선과는 구도 면에서 차이가 있다.
단일화 협상 전이었던 그해 10월 25~26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은 37.2%, 정몽준 26.6%, 노무현 후보는 18.4%였다. 이 후보가 앞섰지만 노 후보와 정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로 대등한 수준이었다. 2002년 월드컵 열풍을 등에 업은 정 후보 지지층의 특색도 확고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비교적 이념 색이 옅은 중도층에서 팬덤이 형성됐다”며 “현재의 안 후보보다는 2012년 대선 당시 안풍(安風) 분위기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대선을 46일 앞두고 시작된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여론조사 방식 등을 두고 대립으로 치닫기도 했다. 특히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한 정 후보가 선거 하루 전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반전’도 있었다. 하지만 대선은 결국 이 후보와 노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졌고, 노 후보가 2.3%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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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단일화 고민 안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대선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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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단일화 이슈가 부각될수록 손해”라는 인식도 상당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후보가 어차피 단일화할 것이라고 몰아가는 분위기가 지지율 반등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며 “국민통합 내각을 만들 적임자는 (양당 후보가 아니라) 제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단일화 가능성이 0%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반면 최근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정권교체가 상위 개념이다. 두 후보가 만나서 단일화 담판을 해야 한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손국희·박태인 기자 9key@joongang.co.kr
손국희ㆍ박태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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