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선 통합정부론…당내 “이, 안철수·김동연 겨냥한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앞줄 왼쪽)가 7일 열린 전직 장차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식에서 정세현 전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지율 박스권 돌파를 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 후보는 7일 낮 서울시내 모처에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과 비공개로 만났다. 전날 밤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전격 회동했다. ‘보수의 책사’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도 8일 만날 예정이다. 대선을 30일 앞두고 중도보수 성향의 인사들과 접점을 넓혀 중도·부동층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이상돈) 두 분은 평소 자주 전화로 상의드리는 분들이다. 도움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퇴보할지, 전진할지 중요한 국면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자원·인재를 총동원해야 한다”며 자신의 ‘탈진영 통합정부’ 구상을 거듭 강조했다.

두 차례 회동에서도 주요 의제는 ‘정치개혁’이었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전날 회동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가져야 할 리더십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과의 회동에서는 이 후보가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치 교체, 경제 교체가 필요하다”며 통합정부 구상을 밝히자 이 전 의원이 “과거에도 대통령 후보들이 많은 약속을 했지만 안 지켰으니 꼭 지키겠다고 약속하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후보에게 “국민을 믿고 뚜벅뚜벅 가라. 언제든지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

이 후보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이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자리에서도 통합정부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정연구포럼 출범식에서 “유능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가진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거기엔 좌우·진영이 없어야 한다는 게 제 확고한 신념이고 인재·정책에 있어서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정부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통합정부 구상은 중도층 확장을 위한 선거공학을 넘어선다는 게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후보 측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김종인·이상돈·윤여준 세 분 모두 ‘협치 내각’과 정치 개혁을 말씀해 오신 분들”이라며 “이 후보는 진지하게 공동정부 구성이나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후보의 통합정부 구상이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다만 이렇다 할 물밑 논의가 진행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강 본부장은 “최근 김 후보와의 양자토론에서 어떠한 거래나 (단일화) 이야기는 없었다”며 “저희는 국민내각, 통합정부에 필요한 모든 인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최근 이 후보가 직접 거론한 책임총리제가 안 후보 또는 김 후보와의 접점이 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송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이 가진 내각제적인 요소인 책임총리제로 연립정부의 구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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