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접근방식이 화두 될 듯
훈센 변화 여부, 외교가 전망 엇갈려
지난달 7일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에게 현지 방문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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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를 두고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캄보디아가 합의점 도출에 나선다.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이자 친(親)군부 성향의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특별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식이다.
7일 크메르타임스 등 캄보디아 현지매체에 따르면, 전날 훈센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 정부가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를 공식 초청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아세안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내가) 직접 워싱턴으로 이동해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아세안의 단합과 현재 역할을 지지하며, 개인적으로 훈센 총리와 빠른 시기에 워싱턴에서 만났으면 한다”는 취지로 발송된 바이든 대통령의 편지에 뒤늦게 응답한 것이다.
미국과 캄보디아 정상회담은 이르면 이달 후반, 늦어도 내달 중엔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훈센 총리와의 회담을 시작으로, 미얀마 쿠데타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 정상들과의 특별회의도 올 상반기 내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캄보디아 정부도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총리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아세안 내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찾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접근 방식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미얀마 민주세력과 아세안 특사와의 접견을 허용하지 않으면 군부의 참가를 계속 불허한다”는 아세안 합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훈센 총리는 “미얀마 사태가 매우 복합적이라 군부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현시점에선 '훈센 총리 변수'가 해결돼야 미얀마 사태에 대한 아세안의 중재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훈센 총리가 입장을 바꿀지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동남아 외교가에선 훈센 총리가 최근 회원국들의 강력한 저항에 미얀마 군부 외교장관을 오는 16일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배제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간 보여준 독단적인 행동을 최근 자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친중' 성향의 훈센 총리 방식을 지지한다는 데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훈센 총리의 정상회담에 중국이 변수라는 얘기다. 미국은 앵글로색슨 안보동맹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인도·태평양 4자 안보회의 ‘쿼드(Quad·미국 인도 호주 일본)’와 함께 아세안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적지 않다. 훈센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찰스 던스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DIS) 동남아 연구위원은 “중국에 의지하는, 자칭 평화주의자인 훈센 총리는 아세안의 분열을 예상하고도 현재 전략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요충지인 아세안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훈센 총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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