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오르고 있는 2일 서울시의 한 주유소에서 종업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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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공급 차질과 지정학적 우려로 급등하며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 이맘 때보다 60%나 치솟은 수준이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오름폭이 더 커지면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다시 1800원까지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2.01달러(2.28%) 상승한 배럴당 90.2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WTI 가격은 올들어 한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0%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역시 1.64달러(1.83%) 오른 배럴당 91.11로 거래를 마치며 90달러를 넘겼다.
공급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우려가 겹치면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COVID-19)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세계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하루 40만 배럴의 기존 증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국제유가는 약 3주 뒤에 국내 휘발유 또는 경유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673.87원이다. 하루 전보다 2.74원 올랐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2일 전국 1807원, 서울 1885원으로 7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같은 달 12일 정부의 유류세 한시적 20% 인하 조치와 국제유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는 ℓ당 164원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지난달 9일에는 전국 평균 1621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다 다시 유가가 치솟자 현재 수준까지 반등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국제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이 없는 한 국제유가는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중 원유 공급이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이란 핵합의가 이달 중순 이후 긍정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이란 원유 수출에 대한 기대가 현재의 공급 부족 우려를 진정시킬 수도 있지만 아직 이란 제재가 빠르게 개선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반기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등 지정학적 불안도 계속해서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의 약 12%를 생산하는 나라로,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WTI는 올해 들어서만 20% 가까이 올랐다. 국제금융센터는 4일 '국제원자재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는 최근 급등에도 불구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요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연내 배럴당 100달러 돌파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오는 4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동반 상승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격 인하 효과는 체감하긴 쉽지 않다.
지난해 11월 2일 국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7원으로 7년 만에 고점을 기록하기 3주 전 WTI와 두바이유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지금보다 낮았다. 원/달러 환율은 1190원대로 지금과 비슷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국제유가 불안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서울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전인 ℓ당 1800원선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하겠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응계획을 마련해 이달 중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논의·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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