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우리나라 무역 전선에 원화값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들이닥쳤다.
이미 수입 에너지가격 급등에 기업들 허리가 휘고 있는데, 원화값마저 하락해 수입 단가까지 올라 이중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원화값 하락은 통상 수출 기업에는 호재로 여겨진다. 같은 물건을 수출하더라도 달러로 물건값을 받으면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매출이 늘어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원화값 하락을 반기기 어렵다.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당 1200원대 원화값이 지속된다면 기업들에 원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화값이 달러당 1000원일 때 원유 1배럴을 50달러에 산다면 5만원이 든다. 원화값이 달러당 1200원으로 하락했을 때 원유 1배럴을 80달러 주고 산다면 9만6000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원유 가격 상승과 원화값 하락이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기업들의 부담은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지난해 생산자물가지수는 연간 기준 6.4% 급등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주요 에너지 원가 급등, 원화값 약세라는 이중고까지 겹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위기 등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 물가를 더욱 자극해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10월 배럴당 84달러를 돌파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70달러 선까지 하락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로 들여오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달 31일 배럴당 88.39달러까지 올랐다. 여기에 원화값 하락이 겹쳐 체감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세는 2~3주 후 국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유가 상승에 환율까지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은 다시 ℓ당 18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각종 제품의 원재료 성격을 띤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는 국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휘발유·경유는 물론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개인서비스 등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측면에서는 지난해 4분기 월간 기준 3%대 후반으로 올라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 이후에는 4%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 1월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을 넘어섰을 당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의 쏠림이나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경우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경운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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