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 체계가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선 신속항원검사 후 양성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바뀐 3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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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10대 자녀를 키우고 있는 50대 직장인 A씨에 따르면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로 의심되는 '감기 증상자와 함께 밥 먹기'가 유행하고 있다. 오미크론은 걸려도 그 증상이 경미하고 자연 면역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유로 일부 10대들 사이에서 생겨난 풍경이다. A씨는 "오미크론에 걸린 사람은 강력한 면역력을 갖게 된다는 뉴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10대들 사이에서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며 "청소년 사이에서는 오미크론이 감기 수준으로 전락했는데 방역패스·부스터샷 등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역 조치가 여전히 필요한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최근 방역패스에 대한 효력정지를 인용한 법원 판결이 잇따르며 아예 방역패스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오미크론 확진자 중 대부분은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다. 특히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전파력 차이를 논하기가 무의미할 만큼 오미크론이 빠른 속도로 퍼지는 상황에서 접종자·미접종자를 구분하는 방역패스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23일 발생한 확진자 중 돌파감염된 이들은 총 4만7785명으로, 이는 전체 확진자(10만3057명) 중 46.3%에 달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방역패스가 저위험군에 속하는 젊은 연령층에게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돼 일부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현재 방역패스는 의미가 전혀 없는 조치이고, 앞으로 코로나19 정책은 국민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위중증 환자 수가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다는 점 역시 방역패스 회의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한때 1000명대에 달했던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달 감소세를 보여 현재 6일째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2차 접종 후 6개월이 경과한 일반 국민은 일률적으로 방역패스 시설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의 위중증률은 델타 변이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 데다 우리나라의 고령층 부스터샷을 포함한 백신 접종률은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개별 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든 적용하지 않든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기준으로 우리 국민의 2차 접종 완료율(18세 이상)은 95.6%, 60세 이상 고령층의 3차 접종 완료율은 85.8%에 달한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셌던 유럽은 방역패스 규제를 잇달아 대폭 완화하고 있다. 전파는 빠르지만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현 상황에서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는 오는 12일부터 일반 상점에 출입할 때 방역패스 제시 의무가 폐지된다.
영국도 실내 마스크 착용, 대형 행사장 백신패스 사용 등을 폐지했으며 확진자 자가격리도 3월에는 아예 없애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기저질환자·고령층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방역패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엄중식 가천대 교수는 "기저질환자나 고령층 출입이 잦은 시설엔 방역패스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자연 면역이 매우 낮다"며 "자연 면역이 높은 국가들 정책을 한국에 직접 대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2907명을 기록해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위중증 환자는 274명을 기록해 4일 연속 200명대 선을 유지하고 있어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다.
한편 정부는 현행 '6인·9시' 거리 두기 규정을 2~3주 동안 연장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7일부터 적용될 거리 두기 방침을 4일 중대본 회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재범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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