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도 하루 40만배럴 증산 유지…러시아·앙골라 등 산유량은 목표치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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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오는 3월에도 하루 40만배럴 증산 방침을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I)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해 일부 원유 소비국에서 우크라니아 사태 변수,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OPEC+에 증산 규모 확대를 요구했지만 OPEC+는 지난해 7월 회의에서 결정한 점진적 증산 방침을 고수했다. 국제유가는 OPEC+ 회의 결정 직후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06달러 오른 배럴당 88.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강보합으로 마감됐지만 장중에는 최고 1.6% 오르며 배럴당 89.7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52달러까지 올랐다가 전거래일 0.10달러 하락한 89.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는 이날 화상으로 이뤄진 월례 회의에서 3월에도 하루 40만배럴 증산이라는 기존 방침을 유지키로 했다. 하루 40만배럴 증산 방침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째 이어진다.
OPEC+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직후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해 하루 산유량을 580만배럴 대폭 감산키로 결정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회의에서 매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해 산유량을 점진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미국 일본 인도 등 원유 소비국들은 OPEC+에 더 빠른 속도로 산유량을 증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수급 불안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탯이 공개한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 4.4%를 크게 웃돈 5.1%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여전히 증산 목표를 충족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OPEC+는 지난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OPEC+의 하루 산유량은 원래 OPEC+ 산유량 목표치보다 82만4000배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OPEC+의 증산량이 하루 25만배럴에 불과해 증산 목표에 미달했다고 분석했다. IEA는 나이지리아, 앙골라, 말레이시아 등이 목표치만큼 원유를 생사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투자를 줄인 탓에 산유량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EA는 12월의 경우 러시아의 산유량도 목표치에 미달했다며 러시아의 산유량 미달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산유량 미달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이해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OPEC+ 관계자는 러시아가 고유가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추가 증산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가가 오를수록 미국 등이 러시아 제재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지리아 등이 산유량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다는 분석과 관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등이 산유량을 늘려 전체 증산 목표를 채우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크리스티안 말렉 애널리스트는 "OPEC+는 우크라이나 사태, 90달러 고유가가 되레 원유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유량을 빨리 늘리거나 앙골라 등이 채우지 못한 산유량을 다른 국가들이 메울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단했다.
OPEC+는 여전히 초과 공급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OPEC+는 1일자 보고서에서 하루 산유량 40만배럴 증산 방침을 유지하고 원유 소비가 예상대로 증가한다면 1분기에는 140만밸럴, 2분기에 170만배럴 초과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OPEC+는 또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를 인용해 OPEC+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따른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출 제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OPEC+가 이날 화상회의에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가능성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하루 70만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단되는 극단적인 경우 사우디가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OPEC+가 점진적 증산 방침을 고수할 경우 올해 3분기에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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