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오르고 있는 2일 서울시의 한 주유소에서 종업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제유가가 올해 한달 만에 16% 가까이 뛰면서 2014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1200원선을 넘어서는 등 동반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키우는 있다. 서민들 입장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에 물가상승까지 이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2일 NYMEX(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WTI(서부텍사스산원유) 3월 인도분 선물은 올해 들어서만 15.9% 가격이 치솟았다. 올해 첫 개장일인 지난달 3일 배럴당 76.08달러까지 내려간 뒤 이달 1일 배럴당 88.2달러로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89.33달러로 집계됐다. 브렌트와 WTI 가격 모두 2014년 10월 이후 7년3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예멘 반군의 사우디·UAE(아랍에미리트) 미사일 공격 등 지정학적 위험 요인 등이 원유 공급 부족 우려를 부른 탓이다. 북반구 동절기 난방용으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공급 부족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와 함께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통상 고(高)유가 시대에는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5회 이상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긴축 카드를 꺼내들자 이례적으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이처럼 금리를 인상하면 시중 달러화 유동성은 줄어들어 달러화 가치는 올라간다.
문제는 유가와 환율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현재 WTI 가격이 배럴당 88달러를 웃돌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국민이 느끼는 체감 유가는 지난해 첫 개장일 배럴당 5만1529원보다 두배 넘게 불어난 배럴당 10만5000원에 이른다. 직접적인 유가상승 외에도 기업이 원자재와 물류비 등 생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국제유가 강세 등 영향으로 상반기에 상승하다 점차 오름폭이 둔화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까지는 지난해 기저효과와 겨울철 난방수요,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3% 대 상승률을 보이고, 4월부터 하향안정세를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통계청은 오는 4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발표하는데 지수가 직전달(104.04) 수준에 머물더라도 지난해 1월(101.04)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가볍게 3%대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유가-강달러 현상이 지속된다면 하반기에도 물가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3분기 100달러, JP모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 브렌트유 가격이 1분기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차 고유가 시기인 200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로 2007년(2.5%) 보다 2.2%포인트(p) 뛰어올랐다. 2차 고유가 시기인 2011년에는 소비자물가가 4%로 2010년(2.9%)에 비해 1년 만에 1.1%포인트 올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올라 덩달아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져 원화까지 약세 압력을 받고 있어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1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같은 달 물가 수준 전망은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한 152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11월과 같은 수준이다. 국내 물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넘게 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하반기에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며 "오미크론과 수출 등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