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군 함정이 발트해에서 포격 훈련을 하는 모습, 발트해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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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시 발생할 수 있는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자국의 안보 요구를 무시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그는 긴장 완화를 위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며 외교적 협상 가능성은 열어놨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등 민감한 문제를 빼고 타협하려는 미국과, 옛 소련권 국가들의 나토 가입 금지 등 핵심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러시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은 모든 국가들의 안보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러시아가 제시한 요구에 대해 미국과 나토가 흡족할만한 답을 내놓지 않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미국과 나토에서 받은 답변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이들의 답변이 동유럽에서의 나토 확장 금지 등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항을 무시한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 반도 등에서 군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지침에는 크림 반도를 무력 등의 방법으로 수복할 것이라 쓰여 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동맹국이 되고 이같은 작전을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가 나토와 전쟁을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겉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문제를 우려하는 듯하지만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러시아의 발전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러시아가 군사 충돌에 끌려들면 나토 동맹국들이 이를 빌미로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안보 관련 대화가 지속돼 최종적으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사적 긴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완화하고, 실리를 우선 확보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AP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임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최소한 한 차례 더 외교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미국과 나토, 러시아는 안보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최근 동유럽에서의 군비 축소나 군사 훈련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 러시아와 타협 가능한 여러 사안들을 모색해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러시아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있는 나토 기지에 공격용 미사일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검증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금지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러시아는 미국 측 답변에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권 국가들의 나토 가입 배제 등 러시아의 핵심 요구에 대한 보장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 통화 뒤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은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부차적인 문제들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블링컨 장관에게 이 문제는 질질 끌도록 내버려 둘 수 없는 주제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향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정상들과 회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규모 군사 훈련에 따른 비용과 병참 부담을 감안할 때 러시아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외교적 성과를 얻기 전에 병력 일부를 철수하는 것은 나약함으로 보일 수 있으며,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결단하면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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