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가 2일 오전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 글로벌 해돋이:지구 한 바퀴’ 행사에 참석해 신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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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언론은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김씨가 도청 소속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에게 자신의 약을 대리 처방받게 하거나 아들의 퇴원 수속을 대신 밟게 하는 등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설 연휴 동안 해당 논란에 관한 논평만 6건을 쏟아내며 화력을 집중했다. “백성들의 상전”, “황제 의전”(1일 최지현 수석부대변인)과 같은 공격적 표현을 써가며 “이 후보가 직접 나서 제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지난 달 31일 이양수 수석대변인)고 주장했다. “혈세로 지급된 공무원 월급을 김씨 사비로 반납하라”(1일 최 수석부대변인)는 요구도 덧붙였다.
연휴 마지막날인 2일에도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씨가 저지른 공무원 사적 유용은 단순한 과잉 의전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김씨의 공무원 사적 유용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행위이고 ‘대리 처방’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선대위는 침묵으로 외면하지 말고 명백한 불법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3선인 김태흠 의원은 전날 성명을 통해 “(김씨가) 몸종 부리듯 온갖 사적인 일을 시켰다”며 “5급 사무관을 수행비서로 두는 건 국무총리급 의전인데 선출직도 아닌 아무 권한도 없는 김씨가 국무총리급 의전을 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도 김씨가 지난달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배우자에 대해 “무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걸 인용하며 직접 비판에 나섰다. 윤 후보는 전날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 가족에 대해선 검찰에서 2년간 샅샅이 무한 검증을 했다”며 “그쪽에서 공직자 가족에 대해 무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마찬가지로 수사를 받겠다는 얘기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씨를 둘러싼 의전 논란이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혀 온 ‘배우자 리스크’를 뒤집을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와 맞물리면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윤재옥 선대본부 상황실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민들은 권력을 가진 이들의 갑질에 대해 공분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이 후보 측이) 이 사실을 폭로한 제보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등 덮으려고 할수록 후속 조치를 놓고도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 동안 김씨 의혹에 대한 바닥 민심이 굉장히 심각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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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정확한 사실이 알려지면 큰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TV토론 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보자를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 5급 공무원 배모씨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며 “선대위 차원에서는 문제 제기를 했던 퇴직 공무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경기도청에서 근무했던 5급 별정직 공무원으로, A씨에게 김씨의 지시를 전달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의 배우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김씨는 국민적 호감도가 높다”며 “그 이미지에 상처를 주기 위해 저쪽(국민의힘)에서 과도하게 나오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된 것 중) 팩트가 아닌 것도 있다. 정확한 팩트와 진실을 알려나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씨는 이날 오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며 “진행되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선거 운동과 관련된 자원봉사 활동도 일절 하지 않으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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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배씨와 친분 있어 도움 받았지만 상시 조력 받은 건 아냐”
배씨의 입장문이 나온 뒤 김씨도 입장문을 통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며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씨는 그러고는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배씨와 김씨의 해명은 허위”라고 재차 반박했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사진이 증명하고 증인이 있다.배씨의 해명은 이 후보 부부의 잘못을 덮기 위한 것으로 거짓말”이라며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해명에 대해서도 “허위”라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하려는 속셈인 모양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지원ㆍ남수현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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