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승' NLD 무력화 조치…비상사태 6개월 연장
쿠데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TV연설을 하고 있다. 2022.2.1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권 수장이 내년 예정된 총선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 지지 정당들의 의회 진입을 쉽도록 하는 제도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쿠데타 1년을 기점으로 장기 집권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2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오는 2023년으로 예정된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사실상 승인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현재 선거 시스템은 미얀마의 민주주의 및 연방주의와 맞지 않는다"며 선관위에 여러 정당과 논의해 적합한 선거 제도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흘라잉 사령관은 개인적으로는 비례대표제를 찬성한다면서 "비례대표제는 소수 민족을 폭넓게 대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군정이 총선을 치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정국에 안정을 가져와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소수민족이 군정과 협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비례대표제로 선거 제도를 바꾸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동시에,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소수민족에도 혜택이 갈 수 있으니 민주 진영의 반군부 움직임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흘라잉 사령관은 쿠데타 6개월이 된 지난해 TV 연설에 총선이 2023년 8월까지 치러질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현재 미얀마 선거법에 따르면 연방의회의 상·하원 전체 664석 중 군정이 2008년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의 25%인 166석은 군부에 사전 배정되고, 나머지 498석은 선거에서 최다득표자 당선 제도를 통해 뽑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제 도입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대중적 인기를 앞세워 그동안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온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NLD는 가장 최근 치러진 지난 2020년 11월 총선에서도 직접 선출되는 의석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군부는 그러자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었다.
이라와디는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 미얀마 내 90여개 정당 중 약 30개가 군부 지지 정당으로 여겨진다면서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미얀마 민주 진영이 의회 내 지배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군부는 비례대표제 도입과 더불어 새 총선 실시 이전에 군정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 향후 민주 진영을 고사시키는 데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1주년을 맞아 영국에서 벌어진 반쿠데타 시위. 2022.2.1 |
앞서 흘라잉 사령관은 지난달 31일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2008년 헌법에 따르면 비상사태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6개월씩 연장될 수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국가비상사태 기간에는 군부가 '합법적으로' 민주 세력을 탄압할 수 있게 된다.
또 가택 연금 중인 수치 고문의 정치적 재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조치도 계속할 전망이다.
선동,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이미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수치 고문은 10개 안팎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을 더 남겨두고 있다.
오는 14일부터는 군부가 쿠데타 명분으로 내세운 '총선 부정'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100년형 이상의 선고도 가능하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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