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문 대통령, 1년만에 90% 수익 냈던 펀드, 지금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치BAR_이완의 정치반숙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 필승코리아펀드에 가입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설 연휴를 앞두고 주식 시장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28일 코스피는 2663.34를 기록했습니다. ‘코스피 3000’ 시장이 깨졌고 올해 들어 무려 325.9포인트(10.9%)가 떨어졌습니다.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의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요? 문 대통령은 1년 전(2021년 1월15일) ‘한국형 뉴딜’이라는 이름이 붙은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골고루 분산투자를 했습니다. 삼성뉴딜코리아펀드·KB코리아뉴딜·아름다운SRI그린뉴딜1·TIGER BBIG K-뉴딜ETF·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 에 각각 1000만원씩 넣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8월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2019년 일본이 기습적으로 반도체 생산 소재 수출규제에 나선 뒤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였습니다. 이 펀드는 코로나19 이후 저금리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자 1년여만에 수익률 90%를 넘기는 대박이 났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때 펀드 일부를 환매해 한국형 뉴딜 펀드에 재투자 했습니다. 한국형 뉴딜 펀드 역시 2020년 코로나19가 닥친 뒤 경기 부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끄는 ‘뉴딜’ 사업을 뒷받침하는 펀드였습니다.

처음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돈을 벌려고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 원금은 두배 가까이 불었습니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200을 돌파했고 주식 시장으로 수십조원의 자금이 몰려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현재 실적과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주가의 상승세 또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우리 경제의 희망을 믿고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입니다. 한 외국 증권사는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는 비이성적 낙관으로 가득한 시장의 열기를 가라앉히는 일”이라고 했지만, 투자 열기 속에 이같은 비판은 파묻혔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문 대통령의 투자 수익률을 확인해봤습니다. <한겨레>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문의한 결과, 문 대통령이 투자한 펀드 수익률은 -1%∼-27%였습니다. 문 대통령도 최근 주가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펀드별로 최근 1년 수익률(1월 27일 기준)을 보면, 삼성뉴딜코리아펀드는 -1.79%, KB코리아뉴딜펀드는 -12.54%,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펀드는 -15.05%, TIGER BBIG K-뉴딜 ETF는 -25.6%,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는 -26.85%로 나타났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펀드들에 1000만원씩 투자했으니, 펀드별로 대략 적게는 10여만원에서 많게는 260여만원 손실 상태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대통령이 투자했다는 보도를 보고 따라 들어갔다면 지금쯤 울상일 겁니다. 다만 한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펀드 성과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내놓았던 대통령의 펀드 투자 성과가 1년 만에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 건 분명합니다. 정치권에 있는 ‘경제통’ 인사는 “대통령이 특정 펀드에 가입하고, 주가를 성과로 강조하는 것은 다음 정부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경제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주가를 보면서 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펀드 가입을 통해 보여줄 게 아니라, 펀더멘탈을 개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면 자연스레 시장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3월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대선후보들은 주식 관련 공약을 부쩍 내놓고 있습니다. 일반 주식 투자자들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7일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폐지”라고 짤막한 일곱 글자를 올렸습니다. 내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이익을 거둔 개인투자자에 대해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제 유튜브채널 ‘삼프로티브이’에 출연해 ‘코스피 5천 시대’를 공언했고, 지난 3일 “주가 조작이나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매우 엄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장밋빛’ 주가 목표와 ‘달콤한’ 감세 정책을 내놓고 취임 이후엔 펀드도 가입했습니다. 말보단 실천이 중요합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만큼 짧은 구호가 아닌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는 후보인지 꼼꼼히 따져볼 때가 왔습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 대선 캠프와 함께 토론할 청년을 찾습니다!

→ https://forms.gle/F5xsTfYdHy4tbfej9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