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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살림살이 나아지셨나", "MB 아바타입니까"···역대 대선 TV토론 명장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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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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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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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은 유권자가 후보의 국정 운영 능력, 도덕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시간 남짓 국정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후보들을 보며 마음을 확실히 굳힐 수도, 바꿀 수도 있죠. 대선 후보들이 TV토론에서 한 말들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대 대선 후보 TV토론 명장면들을 되짚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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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7일 진행된 대선 후보 2차 합동토론회. 왼쪽부터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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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후보 TV토론은 1997년 15대 대선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3자 토론을 벌였습니다. TV토론의 수혜자는 김 후보였습니다. 민주화 투사인 강한 이미지를 논리적인 언변으로 중화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1차 토론 하루 뒤에 나온 1997년 12월3일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김 후보는 두 이 후보 간의 공방에서 비켜섬으로써 시종일관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원숙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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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10일 진행된 16대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 왼쪽부터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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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6대 대선에선 제3지대였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TV토론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IMF 극복되고 경제 엄청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말한 장본인이죠. TV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낸 권 후보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등 거대 양당 후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권영길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대선에서 3.9%(95만7000표)라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진보정당이 대선에서 거둔 최고의 성과였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새 정치를 밀고나갈 기관차를 마련했다”고 자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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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충북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충북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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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7대 대선 TV토론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나라당 대선 경선 토론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당내 경쟁자였던 박근혜 예비후보는 이 후보의 BBK·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을 제기했습니다. 이 후보도 박 후보와 최태민 목사 일가의 관계를 폭로했습니다. 이 후보는 당시 경선 토론에서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말하는 등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며 박 후보를 아슬아슬하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뒤 재판을 통해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폭로된 두 후보의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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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2차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인사를 나눈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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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8대 대선 TV토론에선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 후보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이에 박 후보는 당황해하며 “이정희 후보가 오늘 아주 작정을 하고 네거티브를 어떻게든지 해서 이 박근혜라는 사람을 내려앉혀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이 후보의 공격적인 발언은 오히려 보수 표심을 결집시키면서 박 후보의 당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7년 19대 대선 TV토론부터는 형식도 달라졌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앉아서 원고를 뒤적이며 하던 방식에서 원고 없이 일어서서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참여한 후보도 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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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25일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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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등 발언은 뼈아픈 실책으로 꼽힙니다.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가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안 후보는 연이은 실책성 발언으로 내리막길을 걷다 결국 3위에 그쳤습니다.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가 공개한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에는 “TV토론을 통해 아무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만 심어줬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TV토론의 긍정적 효과를 톡톡히 본 건 심 후보입니다. 심 후보는 ‘북한이 주적’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4당 후보들에게 “아직도 우려먹냐”며 일갈했고, 홍 후보에게 “‘여성이 설거지를 하는 건 하늘이 정한 것이다’라고 말하셨는데 기회를 드릴테니 (여성들에게) 사과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심 후보는 ‘1분 찬스’를 써 가며 동성애 반대를 주장했던 문 후보와 홍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심 후보는 당시 “저는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입니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심 후보는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올라갔고, 대선에서도 6.17%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진보정당 후보로서 권영길 후보가 앞서 세웠던 기록을 갈아치운 것입니다.

20대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불립니다. TV토론이 후보들의 비호감을 상쇄할 수 있을 건인지, 아직 찍을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동층이 TV토론을 본 뒤 결심을 굳힐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됩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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