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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 ‘죽느냐 사느냐’…꿈틀대는 2030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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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15

설 연휴 대선 판세와 전망

이-윤, 30%대 중후반서 치열한 경합

단일화 변수…이번에도 ‘철수’ 할까?

안철수의 실존적 결단에 달린 상황

끝까지 움직이는 2030 ‘최후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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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최대 승부 요인의 하나가 2030 청년층 표심의 향방이다. 지난 13일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청년 정책 질의서 발송에 앞서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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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역동성일 것입니다. 매번 드라마였습니다. ‘그저 그런 대선’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1987년 대선은 김영삼 김대중 양 김 단일화만 했으면 정권교체는 ‘받아놓은 밥상’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밥상을 걷어찼습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은 우주의 기운이 하나로 정렬해서 이뤄진 기적이었습니다. 이회창이 추락했고, 이인제가 출마했고, 외환위기가 터졌고, 디제이피가 성공했습니다.

2002년 대선 전날 밤 정몽준은 노무현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권영길을 찍으려던 사람들이 밤새 사발통문을 돌려 하룻밤 사이에 노무현 지지로 돌아섰습니다.

2002년부터 따져도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여론이 형성되는 시간은 그사이 빛의 속도로 빨라졌습니다. 모바일로 무장한 유권자들은 훨씬 더 사나워졌습니다. 이번 대선은 불투명성과 역동성이 역대급이라는 의미입니다. 39일 남은 3월9일 대통령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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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여론조사 결과가 널을 뛰는 모양새입니다.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납니다. 이전부터 제가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전국지표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1월27일 공개한 대선 후보 지지도는 이재명 35%, 윤석열 34%, 안철수 10%, 심상정 2%였습니다. 1주일 전에 비해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1%포인트씩 오르고,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2%포인트, 1%포인트 떨어졌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이재명 30%, 윤석열 37%로 윤석열 후보가 앞섰지만, 인천·경기에서는 이재명 37%, 윤석열 33%로 이재명 후보가 앞섰습니다. 서울과 인천·경기의 표심이 반대인 이유가 뭘까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서울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결정적 변수 ‘단일화’…안철수에 달려


이런 수치를 바탕으로 현재의 대선 판세를 분석하면 이렇습니다.

연말연시 이후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추격하는 흐름입니다. 두 사람은 30%대 중반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추가 상승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확행’과 사죄 카드,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지만, 전략 부재로 고전 중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보수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에게 빼앗긴 중도층 지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공약 물타기로 쟁점을 없애고 정권교체 대세론 하나로 선거를 치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15%까지 갔다가 10% 선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칩거 뒤 분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하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각각 자력으로 쌓은 최대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30% 중후반에서 선두를 다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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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변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단일화입니다. 둘째, 2030 유권자입니다.

단일화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 대선에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당사자는 서운하겠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재명 윤석열 두 사람의 경쟁 구도에는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단일화를 하면 윤석열 후보가 이기고, 단일화를 안 하면 이재명·윤석열 중에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단일화를 한다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방식보다는 정권의 지분을 나누는 1997년 디제이피 공동정부 방식이 유력해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에서 ‘제3 후보’의 위치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지만, 비중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는 50%였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5%였습니다. “50%가 5%에 양보했다”고 화제가 됐습니다.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고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2012년 11월 초 주간경향-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는 박근혜 41.3%, 안철수 29.1%, 문재인 23.6% 순이었습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가상 대결은 ‘박근혜 47.3%, 문재인 47.2%’, ‘박근혜 45.3%, 안철수 49.6%’였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의 득표율은 26.74%로 더불어민주당(25.54%)을 이겼습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21.41%를 득표했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19.55%를 득표했습니다. 2020년 총선 정당 득표율은 6.79%에 그쳤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대사처럼 안철수 후보의 실존적 결단에 달렸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득표율 15% 미만이면 선거 비용 절반을 날리고 10% 미만이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재정적 현실을 고려하면 단일화에 응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미래의 여권 내부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고 2027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 후보와 겨뤄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철수’를 선택하면 그동안 쌓은 정치적 자산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단일화를 거부하고 무조건 버티는 선택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버틸 수만 있다면 2024년 총선에서 재기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정치에는 “끝까지 버티면 이긴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단일화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상임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안철수 후보는 완주할 뜻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윤석열 안철수 후보 단일화 여부는 전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결단에 달렸다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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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는 ‘단일화 그리고 청년’


이번에는 2030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8살부터 23살까지는 대통령 선거 투표에 처음 참여하는 새로운 유권자들입니다. 24살부터 29살까지는 2017년에도 투표권이 있었습니다. 19살 이상에게 선거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 대선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면 2030 표심은 대략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홍준표 차례였습니다. 다른 세대와 많이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어떨까요? 이번에도 역시 다른 세대와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앞서 소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모른다”는 ‘태도 유보’가 18~29살은 33%, 30대는 25%입니다. 매우 높습니다.

특히 20대 유권자들은 남녀 성별에 따라 표심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2030 표심은 여전히 부동층이라는 의미입니다.

2030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뭘까요? 최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인터뷰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공정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자주 거론하는 사례가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전환 문제입니다. ‘공정과 정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많이 달라진 걸 보여주는 계기였습니다. 약간 거칠게 대변하자면 대통령이나 저희 세대가 추구했던 공정이란 건 내용적 공정, 그러니까 서로 경쟁하더라도 승자와 패자 간에 격차가 크면 안 된다, 그게 공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는 왜 아무 근거도 없이 패자를 승자와 동일하게 만들어버리냐 하는 절차의 측면에서 공정을 보는 거 같아요.”

평창올림픽과 인천국제공항 논란은 정권 초기의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일을 겪고도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벌어진 것을 보면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놓친 공간을 지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파고드는 형국입니다. 능력주의를 표방하지만, 서열주의에 가깝습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2030의 빠른 정치반응 주목해야


어떤 사람들은 2030이 이념이 아니라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합니다. 저는 꼭 그렇지도 않다고 봅니다. 2030 유권자가 일체감을 느끼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아직은 정확히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2030의 반응 속도입니다. 4050이나 6070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투표일 전날 2030의 마음에 꽂히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있다면 그가 2030의 표를 쓸어담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2030 표심이 막판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것처럼 투표율이 낮거나 여러 후보에게 고르게 분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2030 표심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서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후보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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