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까.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면 사람들이 후보님과 교감할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즉석연설 중 어머니를 회상하다 눈물을 쏟았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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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유세 트레이드 마크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가 시작될 무렵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당시 정무조정실장)이 이 후보에게 물었다. 이동 중 차량 안에서다. 즉답은 없었고 두 달 여가 지난 뒤 강 본부장은 전화로 “찾으셨습니까. 끓어오르는 이야기”라고 다시 물었다고 한다. 서울을 거쳐 경기로 향한 매타버스 일정에 ‘성남 상대원시장’(1월 24일)이 오른 뒤였다. 성남 상대원시장은 이 후보 가족이 경북 안동에서 올라온 직후 삶의 터전을 일구기 위해 발버둥치던 곳이다.
지난 24일 이 후보는 상대원시장에서 눈물을 쏟았다. “오늘 이 자리에선 좀 다른 얘기를 할까한다”며 즉석 연설을 시작한 그는 1976년 성남 정착 첫날부터의 고된 가족사를 풀어냈다.“공중화장실에 소변 보면 10원, 다른 변을 보면 20원 이렇게 받았는데. 제 어머니, 제 여동생이 함께 화장실 지켰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런 뒤 이 후보는 “힘겹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 주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일자리 없는 사람에겐 일자리를, 장사가 안되는 사람들에겐 장사할 기회 주는 게 바로 정치 아니냐”며 “제가 정치하는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제가 탈출해 버렸던 웅덩이 속에서 좌절하고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음 날 선대위 관계자들의 걱정스런 눈빛을 접한 이 후보는 “속이 좀 후련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피해자 가족 천막을 찾은 이재명 후보가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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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이 후보의 캠페인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26일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윤 후보나 그 부인 김건희씨를 향해 노골적 비난을 퍼붓는 모습은 사라졌다. 같은 날 영상으로 공개한 국민들에게 쓰는 자필 편지도 “제가 정치를 하는 하는 이유는 오직 민생”이란 내용이었다. 지난주를 수도권 집중 공략 기간으로 잡았지만 27일엔 참모진의 만류에도 광주로 기수를 돌려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들과 만났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불출마와 서울 종로 등 3개 지역구 무공천 등을 발표하며 쇄신 흐름으로 진정성 어필에 방점을 둔 이 후보의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선대위 전략단위의 관계자는 “감염병, 저성장ㆍ양극화, 기후, 글로벌 패권경쟁 4대 위기에 강한 후보 이재명을 설득해 내야 한다는 기조엔 변화가 없다”며 “반성과 성찰 바탕에 두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되 방법은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윤 후보와의 피말리는 경쟁이 계속중이지만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에 희망을 걸고 있다. 29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35% 대 35% 동률을 기록했지만,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사람 중에선 이 후보가 35%를 기록해 32%에 그친 윤 후보를 다소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대위 핵심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 등에 실망한 중도층에서 이 후보가 꾸준히 우위를 점하고 있고, 윤 후보에 기울었던 충청권도 회복세”라며 “야권 단일화가 어렵다는 걸 전제로 호남의 전략적 투표와 TK에서의 선전 등이 결합하면 해볼만 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이재명 후보는 오전 경기도 김포 해병대 항공단 김포파견대를 방문해 군 장병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헬리콥터에 탑승한 후 포즈를 취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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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걸었던 설 전 TV토론이 무산되자 민주당은 채널 다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이 후보는 방송인 홍진경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과 12살 크리에이터 길라임 양이 운영하는 ‘라임튜브’ 촬영을 마쳤다. 라임튜브는 구독자가 375만 명이다. 선대위 홍보라인 관계자는 “경제 전문 채널 ‘삼프로TV’ 출연으로 경제정책과 국정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받았다면 이들 유튜브 채널 출연은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60% 중후반에 머물러 있는 호남 지지율과 경선 과정에서 이탈한 일부 친문 지지층을 회복하는 일에선 최근 적극적으로 이 후보와 동행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7일 이 후보의 갑작스런 광주행에도 충장로에 등장해 손을 맞잡았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별의별 말들이 있지만 선거전 본격화 이후 이 전 대표는 선대위의 요청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 일각에선 대어 영입과 메가 정책 이슈 발굴로 지지율 추월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논쟁적 정책 사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국가적 위기를 관리할 안정감을 인정받아야 할 때”라며 “논쟁적 정책으로 편을 가르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영입 문제에 대해선 이 관계자도 “이 후보의 중도 지향성을 인증해 줄 상징적 인물의 영입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계속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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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ㆍ윤지원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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