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성공한 대통령 돼 뵙겠다"던 문재인…5월 '노무현 추도식' 참석할까 [대통령의 연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지금 문재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구독 바로가기)하시면 발빠른 정치뉴스와 깊이있는 연재기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연설] 29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꼭 100일 남는 날입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유독 임기 말이란 느낌이 덜 한데요. 이 시점까지도 40%를 넘나드는 높은 국정 지지도를 기록하는 게 가장 큰 이유고,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탓에 임기 말 정부인데도 굵직한 정책을 계속 다루는 영향도 있죠.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양당 대선후보의 비호감도가 워낙 높은 탓에 우스갯소리로 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면 당선될 거라는 말도 나오죠. 다만 문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가 경남 양산이라는 것 말고는 이후 행보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오는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 같은데요.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였던 2017년에 열린 8주기 추도식에서 "노 대통령님이 그립고 보고 싶지만,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었죠. 3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에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과 함께 추도식에 참석해 기뻐할 모습이 그려지지만,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에는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잘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의 연설문에서도 자신의 퇴임 후 구상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자신이 상상한 대로 퇴임했던 대통령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인 탓으로 보이는데요. 몇 안 되는 언급들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을 엿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일경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맞는 주말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관광객들과 인사하고 있다.<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퇴임 후 언급 없는 이승만·박정희, 전두환도 한 번 언급했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연설문 기록에서 퇴임이란 단어를 언급한 부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두 대통령 모두 예상할 수 없던 방식으로 퇴임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처음으로 자신의 퇴임 후를 연설에서 이야기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그는 1987년 국정연설에서 "이제 본인은 무엇보다 제5 공화국 출범 이후 정성 들여 가꾸어 온 민주 발전의 터전에 평화적 정부 이양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움으로써 그동안의 성원에 보답하고 대임의 매듭을 장식할 각오"라며 "끝까지 국민 여러분을 안심시키고 여러분의 신뢰와 성원을 받으며 퇴임 이후에도 축복을 받는 그러한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힙니다.

다만 이 연설은 그해 1월에 행해진 것입니다. 이후 6월항쟁을 거친 뒤에야 정권 이양 의지가 명확해진 것을 감안하면 연설의 진의를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인터뷰에서 "퇴임 후 구상은?" 고정 질문된 노태우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총 14차례나 퇴임 후 구상을 언급하는데요. 모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하는 양식입니다. 민주화운동에 의해 직선제로 선출된 첫 대통령인 만큼 그가 어떻게 퇴임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탓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는 1990년 8월 조선일보 특별회견입니다. 여기서 노 전 대통령은 기자로부터 '대통령께서는 퇴임 후 어떤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원하십니까'란 질문을 받고 "임기 중 이 땅에 민주주의의 기초를 굳건히 굳히는 일과 남북통일의 문을 여는 일, 이 두 가지만은 반드시 이룩하고 임기를 끝내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 짧게 답합니다.

이후에도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 꾸준하게 등장하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북방정책인데요. 1991년 홍콩 FEER지 회견에서도 "나는 지난 몇 년간 너무나 바빴기 때문에 퇴임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재임 기간 중 민주주의의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북방정책이 통일의 길로 향하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이들은 내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이다. 나는 나의 후임자에게 북방정책과 통일을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얻은 개인적 노력과 경험들을 전수하고 싶을 따름"이라고 했습니다.

1992년 임기 말에 이르러 진행한 중앙일보 창간 특별회견에서는 "보통사람으로 돌아가서 평범한 생활을 하며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지나 이웃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여행이나 독서, 그리고 테니스와 같은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싶다"며 "전임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부르면 언제 어디든지 찾아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 했습니다.

◆ "시민으로 돌아가겠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이후 대통령들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짧은 한 줄 언급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한국일보 창간 특별회견에서 "매일매일 국정 수행에 몰입하다 보니 퇴임 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며 "다만 질문이 나왔으니 대답하자면, 퇴임하면 늘 고마운 상도동의 이웃들과 함께 조용히 지낼 생각"이라고 했고요.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앞으로도 저는 한 시민으로서 민족과 국민의 평화와 발전을 기원하면서 살아가겠다"며 "거듭 그간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도민이 되면 시민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모범적인 시민이 되겠다. 적극적인 시민이 되겠다. 그 이상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출간한 자서전과 관련해 미국 NPR 인터뷰에서 '퇴임 후 책에는 무엇을 쓸 것인가?'란 질문을 받은 일이 있는데요. 그는 "다음 책에는 대한민국이 글로벌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세계 정상들과 일하면서 세계가 앞으로 가야 할 길, 세계가 공동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앞으로 쓴다면 그런 것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