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따라 미국 중심의 금리 인상 예고로 위험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투자 시장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45%가량 하락하면서 코인 투자자들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인 주요 채굴국이었던 카자흐스탄의 채굴 금지, 미국 나스닥지수 하락 등을 근거로 중장기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코인이 가상자산 세계의 기축통화라면서 최근의 가격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상승론자와 하락론자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26일 매일경제가 재테크 플랫폼 엠플러스(M+) 내 가상화폐 전문 필진의 의견을 종합해봤다. 이들은 일단 코인이 금리 인상기에 가장 위험한 자산으로 투자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봤다. 그러나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가상세계) 시대를 맞아 그 저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 금융의 한 축을 이룰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흡수될 때 코인이나 미국 기술주로부터 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갈 수 있다"며 "그러나 코인의 두 가지 최대 악재인 주요 국가 채굴 금지와 금리 인상이 모두 노출됐기 때문에 나올 만한 악재는 다 나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예고에 따른 미국 주식과 코인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작년 11월 19일 고점 대비 27일 현재 16.8% 하락했다. 최근 반 토막 난 비트코인 가격보다는 덜 빠졌지만 그 방향성이 일치하는 모습이다. 실제 가상화폐 리서치기관 '인투더블록'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의 상관계수는 한때 0.9까지 치솟았다. 상관계수가 1이라는 것은 코인과 미국 주식이 완전히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는 투자자 성향에 따라 좋게 혹은 나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에 미국 주식과 코인을 함께 담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반면, 자산 배분을 원하는 투자자는 주식과 코인을 함께 담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작년까지 코인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역할이 기대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됐는데 막상 코인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조차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코인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권 교수는 " '디지털 금'으로서 비트코인의 지위는 올해 테스트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전 세계 금융사들이 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들어왔지만 금을 대체하려면 좀 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에서 다시 금 투자로 선회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 시세는 작년 12월 2일 저점 대비 이날 현재 6.4%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미국 주식과 코인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최근 투자 손실이 커지자 실물 금에 투자해 자산을 배분하겠다는 부자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인이 주식과 동조화되면서 주식을 평가하는 지표로 코인의 저점 매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상대강도지수(RSI)다. RSI는 미국 웰스 와일더가 개발했는데, 주식의 추세 반전을 확인하는 데 유용한 보조지표다. 특히 미국 우량주 매수 시점을 잡을 때 주로 쓰인다.
14일을 기준점으로 삼는 RSI는 14일간 상승폭의 합계(분자)를 14일간 상승폭의 합계와 14일간 하락폭의 합계를 더한 수치(분모)로 나눠서 계산한다. 14일 동안 주가(종가)가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을 때 RSI는 100을 가리킨다. 반대의 경우는 0이 된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비트코인의 일주일 단위 기준으로 본 RSI는 37.4다. 주식시장에서 RSI의 경우 30 이하는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기 때문에 '과매도' 구간이라고 본다. 공격적인 투자자 관점에선 30 이하를 매수 구간으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RSI 70 이상은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주식을 매수하면서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목표수익률에 도달한 투자자들은 RSI 70 이상을 수익 실현 구간으로 삼는다. 이런 기준을 코인에 적용하면 RSI가 아직은 30 이상이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부 국내 코인 투자자들은 두나무가 개발한 '디지털 자산 공포탐욕지수'를 투자에 참고하기도 한다. 코인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돕기 위해 이 지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자산 공포탐욕지수는 변동성과 거래량을 동반한 상승을 '탐욕', 변동성과 거래량을 동반한 하락을 '공포'라고 정의하고 5단계로 구분해 공시하고 있다.
최근 코인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공포 구간에 진입했을 경우 이 수치는 40 이하를 가리킨다. 반대로 가격이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간에선 60 이상을 나타낸다. 현재 코인의 공포탐욕지수는 32.44로, 공포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나무의 지표 설명에 따르면 현재 단계는 지수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가격 변동성과 거래량이 높아지는 구간이다. 리스크를 과감하게 지는 투자자들은 매수를 고려하는 단계지만 '매우 공포' 구간(20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보편적인 변동성지수를 코인 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표를 만든 것"이라며 "단기 투자자에게 적합한 편"이라고 밝혔다.
전문적인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또 다른 지표로는 '해시레이트(hashrate)'가 있다. 해시레이트는 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동원된 연산 능력의 총합을 말한다. 해시레이트가 늘어난다는 것은 비트코인 채굴 난도가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코인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는 '해시레이트 상승→채굴 능력과 난도 상승→코인 원가 상승→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세계의 공식은 채굴에 참여하는 나라나 사람이 많아질수록 채굴 난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일 코인 채굴량 세계 2위인 카자흐스탄에서 극심한 전력난으로 채굴기의 약 15%가 작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20일 사상 최고치인 초당 200엑사해시(EH/s)까지 갔던 해시레이트가 이날 이후 4일 만에 5% 이상 하락했다.
일각에선 해시레이트가 최근 고점을 찍고 단기적으로 하락했을 뿐, 이 지수는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팀장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 등 악재가 위험자산인 코인과 주식의 조정을 이끌고 있다"며 "그러나 물가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이나 가상세계 기축통화인 비트코인은 가장 먼저 반등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인이 여전히 전통자산과 같은 선상에 서려면 중장기적으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기적인 매수 시점을 포착해 단기 차익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 투자로는 여전히 위험하다는 시각이다. 최공필 온더디지털금융연구소 소장은 "코인은 실물경제와 분리된 채 가상세계에서 머니게임을 벌이며 거품을 형성했다가 꺼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거래소를 중심으로 중앙화되는 모습과 함께 해킹 등 투자자 보호에도 취약한 상황이라 아직까지 중장기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