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한 토론회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오는 31일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 양자 토론을 하자”고 밝혔다.
즉각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지 말고 성사를 목전에 둔 4자 방송 토론에 먼저 참여 선언을 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양자 토론을 사실상 거부했다. 박주민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국민의힘에 “4자 토론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양자 토론을 사용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래 양자 토론하기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았느냐”며 일대일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자 토론은 대선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비교하기에는 부적합한 무대라며 일단 양강 후보 간 ‘밀도 있게’ 토론을 하자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이날 오후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향해 “4자 토론 뒤에 숨지 말라”면서 ‘선(先) 양자 후(後) 다자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장동이 두렵냐”고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다시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후보가 원한다고 하니 이재명 후보는 31일 양자 토론을 수용한다”며 “이제 윤 후보가 31일에 진행될 4자 토론에 참석할 여부만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쉽게 말하면 31일 양자 토론도 하자는 것이다. 우린 두 탕을 뛰겠다”면서 31일 4자 토론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양자 토론도 하자고 밝혔다. 이어 “4자 토론은 4자가 정하는 것인데 왜 민주당에 나가라 마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주당의 양자·4자 토론 동시 개최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이 반대했다. 성일종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자와 4자 토론을 한꺼번에 하면 4∼5시간이 걸리는데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표면적으로는 31일 양자 토론 개최에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4자 토론과의 선후 관계 등에서 입장이 팽팽해 실제 양자 토론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변수다. 두 당은 국민의힘이 다시금 양자 토론을 추진하자 이를 맹비난하며 4자 토론 참여를 강하게 압박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결정이 있었는데도 그걸 무시한다는 건 정말 민주주의에서 리더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늘 법대로 하겠다는 윤 후보께서 왜 토론은 법대로 못하겠다는 겁니까”라고 썼다.
여야는 28일 오후 2시 대선후보 4자 토론 일정과 방식 등을 놓고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3당은 앞서 4자 토론을 31일에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국민의힘이 28일 협상장에 나오지 않거나 ‘31일 4자 토론 개최’에 끝내 반대할 경우 윤 후보를 제외한 3자 토론을 강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허진·남수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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