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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李·尹, TV중계 없는 양자토론 놓고 충돌…설 4자토론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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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1월 24일 중앙포럼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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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기간 추진하려던 대선 후보 4자 TV 토론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은 “31일에 4자 토론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이 “4자 토론에 앞서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 토론을 31일에 먼저 하자”고 맞서면서 충돌한 까닭이다.

전날 법원이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각각 지상파 3사를 상대로 신청한 양자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직후만 해도 여야 모두 4자 토론으로 의견을 좁혀가는 분위기였다. 국민의힘을 포함해 4개 정당 모두 “법원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다자 토론에 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가 ‘1월 31일 또는 2월 3일’에 토론하는 방안을 각 후보 측에 전달하며 빠르면 설 연휴 기간인 31일 토론회 개최가 전망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TV 토론 협상단(단장 성일종 의원)이 이날 오전 “31일 국회 의원회관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서 양자 토론을 개최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성일종 의원은 “(법원 결정에 비춰 보면) 방송 3사의 공동 중계가 아닌 양자 토론을 하면 문제 없지 않느냐”며 “방송사 중계 없이 양자 토론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자 토론은) 국민 합의, 국민 관심, 국민 약속”이라고도 했다.



李 “신발 하나 사도 비교” 尹 “다자토론 해보니 검증 어려워”



윤석열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양자 토론은 법원 결정) 취지를 존중하며 양당 합의 사안을 하자는 취지”라며 “지난번에 ‘삼프로 TV’ 나가서 ‘토론이 도움 되겠느냐’고 한 건 (국민의힘 경선 때) 다자 토론을 해보니 상대에 대한 검증과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워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방송토론콘텐츠단(단장 박주민 의원) 입장문을 통해 즉각 제안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지 말고 성사를 목전에 둔 (31일) 4자 방송 토론에 먼저 참여 선언을 해주기 바란다”며 “윤 후보가 제안한 새로운 양자 토론은 4자 토론과 함께 병행해서 진행되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토론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하면 될 텐데”라며 “신발 하나를 사도 비교해서 사는데 국민에게 비교 분석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우리 도리”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오만함의 극치다. 볼썽사나운 모습”이라며 “설 밥상에서 안철수라는 떡국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링에 올라오지 않는 선수는 자동 실격”이라며 윤 후보를 제외한 3자 토론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님, 심상정은 물지 않는다. 해치지 않을 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도망가지 마라”며 “불리하다 싶으면 탈법하고, 민주주의마저 부정하는 게 윤석열의 공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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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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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TV 토론 협상단은 “이재명 후보는 4자 토론 뒤에 숨지 않기를 바란다”며 “뭐가 두렵느냐. 대장동이 두렵느냐”고 직격했다. 성일종 의원은 “국민들은 양자 토론을 더 보고 싶어하고, 더 듣고 싶어한다”며 “4자 토론은 시간 제약상 (시간 배분이) 한 후보당 30분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양자 토론 뒤 4자 토론을 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양자·4자토론 모두 하자” 국민의힘 “하루 4시간 토론, 예의 아냐”



그러자 민주당은 오후에 박주민 방송토론콘텐츠단장 명의로 재차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후보 측이 생떼를 부리고 있다”면서도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와 양자 토론도 진행하고, 4자 토론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31일에 양자·4자 토론 모두 응할 테니 윤 후보의 입장을 밝히라는 통보였다.

이에 대해 성일종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31일에 양자·4자 모두 하면 두 시간씩 네 시간이 걸린다”며 “네 시간 토론은 후보에게도, 국민에게도 예의가 아니다”고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4자 토론을 전제로 28일 예정된 지상파 3사와 각 후보 측의 실무진 협의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설 연휴 기간 4자 토론이 무산 위기에 놓이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양자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토론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옹졸한 제안”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당직자도 “시간을 질질 끌어봐야 전략적으로 얻을 게 없다”고 말했다.

허진·남수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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