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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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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밤 전격 결단했다, 윤석열이 꺼낸 카드 '청와대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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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면 기존의 청와대는 사라지고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이 생겨날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밝힌 정치분야 공약의 핵심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윤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를 비판하며 공약 발표를 시작했다. 윤 후보는 지금의 청와대를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만 독점한다”라거나 “국가적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곳”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측근이 내각 업무를 일일이 지시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더는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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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치 분야 공약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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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자신이 구상하는 '윤석열 대통령실'과 관련해 윤 후보는 “최고의 공무원과 민간 인재가 뒤섞여 일하는 곳으로 확 바뀔 것”이라며 “경륜 있는 중장년층과 패기 있는 젊은 인재 누구라도 애국심과 실력만 있으면 국정 컨트롤타워 안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새로운 대통령실에서는 참모뿐만 아니라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 관계자들과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연락관이 한 공간에서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분야별 민관합동위에 관료와 정치인, 학자, 전문가가 두루 참여해 국가 어젠다를 추출하고 이행 결과를 관리, 점검하도록 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구상이다.

그러면서 꺼내 든 카드가 해체에 가까운 청와대 수술이었다. 윤 후보는 “권위만 내세우는 초법적인 대통령은 이제 없어질 것”이라며 “새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두고 임기 첫날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관저는 경호상의 문제 등에 대비해 삼청동 총리공관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약대로 실현될 경우 지금의 청와대는 더 이상 대통령의 집무·거주 공간이 아니게 된다. 윤 후보는 이를 언급하며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약 발표는 전날 밤 결정됐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정치 개혁안의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 측 인사는 통화에서 “당초 연휴 이후에 정치 공약을 발표하려 했는데, 어젯밤 윤 후보가 전격적으로 결단했다”며 “설 연휴를 앞두고 대통령 권력 내려놓기를 정치쇄신 프로젝트의 1탄으로 꺼내 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공약발표 후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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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때 ‘광화문 집무실’을 공약했다가 접었다.

A : “내가 일하게 될 방식에 더 주목해 달라. 미국 백악관도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참모가 있고 전문가가 밀집해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까지 차 타고 가지 않느냐.”

Q : 참모 역할은.

A : “민관합동위를 지원하고 연결하게 된다.”

Q : 민간 인재가 참여할 경우 정책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는.

A : “전부 대통령이 진다.”

Q : 청와대 부지 용도는.

A : “역사관을 만들거나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러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듣겠다.”

윤 후보는 ”집권 시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정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훌륭한 인물을 장관 등 청문 대상에 제시했을 때 그걸 거부해선 180석이 아닌 200석을 갖고 있어도 국민이 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여당에도 우리 당과 합의하며 일할 수 있는 훌륭한 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공약 발표에 앞서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주식 양도세 폐지’라는 글을 올렸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한 질문에 “증권 거래세는 현행을 유지하고, 양도세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돼야 일반 투자자도 수익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전면 폐지’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오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깊이 고민해 내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는 “제가 정치하게 된 이유는 제 처에 대한 수사나 탄압하고는 무관하다”며 “그것은 제 가족 문제다. 2년 동안 검찰이 탈탈 뒤져도 현재까지 별다른 게 없듯이, 그 부분에 대해선 잘못하면 벌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논란에 대해선 “왜 상대하고 이런 통화를 장시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았다”며 “공인의 부인으로서 녹취록에 상처받은 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김씨가 설 연휴 전 사과를 검토한다는 기사가 있다’는 질문에는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고, ‘선거는 둘이 같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는 “처가 어떤 식의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라고만 답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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