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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view] 여당 ‘쇄신 없인 진다’…586 용퇴론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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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시작인가. 위기 탈출을 위한 일시적 움직임인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최근 분출하는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용퇴론’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이다. 당 차원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지만, 선거를 40여 일 앞뒀다는 점에서 냉소적 시각 역시 적지 않아서다. 586 용퇴론은 86그룹이 당의 주류가 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세대교체를 위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86그룹이 당의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의 성장을 막아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586세대이자 5선 의원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86세대가 기득권이 됐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 종로 등 3개 지역구 무(無)공천 ▶동일 지역구 4선 연임 금지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의 제명 처리 등 당 쇄신안도 발표했다.

용퇴론은 지난 23일 김종민 의원이 처음 공론화했다. “586세대가 정치에 뛰어든 지 30년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못한 것”이란 자성이었다. 24일에는 이 후보 측근 모임인 ‘7인회’ 멤버(정성호·김영진·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 이규민 전 의원)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송 대표가 어제 연락을 받지 않고 숙고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 차기 총선 불출마 결정은 오롯이 본인의 결단”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국민을 위한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쇄신론에 호응했다.

여당 청년그룹, 세대교체 기대 … 전문가 “용퇴론, 지지율 반등엔 한계”

송 대표의 이날 회견으로 586 용퇴론은 외견상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86그룹 대표주자 우상호 의원은 “우리들이 비운 그 자리에 훌륭한 젊은 인재들이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세대교체, 기득권 교체의 열망을 담아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김용민 최고위원), “586 내부에서 586 용퇴론이 시작된 것은 분명히 평가할 만한 일”(이탄희 의원)이라는 초·재선 의원들의 반응도 잇따랐다. 민주당 정당혁신위원회(위원장 장경태)는 기자회견을 통해 “실천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추가 쇄신을 주문했다. 당내 청년그룹에서는 “시대의 요구가 변하고 있다. 선배들의 시대정신은 지금의 시대정신과 같을 수 없다”(박영훈 전국대학생위원장)며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도 피어났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586 현역 의원들의 도미노 퇴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을 지도부가 강제할 수는 없어서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아직 전반적 기류가 이렇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의원들이) 개별적 고민은 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개인적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용퇴론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 예단할 수 없다. 본인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진정성 문제에 대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용퇴론이 지지율 반등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잘못한 게 뭔지 밝히고 원상복귀를 시켜야 하는데, 원인은 그대로 놔두고 용퇴론만 앞세우면 국민들이 반응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뭘 잘못했다는 전면적 평가를 못 하는 상태로 586 용퇴론으로 상황을 반전하긴 어렵다”(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쇄신을 할 거면 진작 했어야 한다. 임명직 고사와 불출마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3철 백의종군 등 일상적으로 있던 수준의 쇄신론”(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란 비판도 나왔다. 반면에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2012년 대선 패인으로 ‘친노가 백의종군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 적이 있다. 586 용퇴론이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영익 정치에디터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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