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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PD수첩]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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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밤 PD수첩 <나의 '가족'을 고발합니다>에서는 아동보육시설인 서울시립 꿈나무마을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정황을 집중 취재했다.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본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스물셋 대학생 박지훈(가명) 씨는 경찰에 이끌려 00정신병원에 도착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던 박 씨, 하지만 당시 진료 기록에는 감정의 기복이 크고 충동적이라는 시설 관리자들의 의견이 적혀 있었다.

박 씨가 있었던 '서울시립 꿈나무마을', 일명 꿈나무마을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아동양육시설이다.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180여 명의 아동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천주교 재단에서 맡고 있는 곳이었다. 박 씨가 꿈나무마을을 떠난 지 2년 만에 보육교사 세 명을 고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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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이곳에서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투명인간', '음식 고문' 등 벌칙을 받았다고 했다. 십여 명이 함께 지냈다는 생활실, 작고 왜소했던 그는 보육교사의 지시로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성모 교사는요. 약한 애들만 집요하게 괴롭혀요. 이만한 몽둥이가 있어요. '사랑의 매'라고 자기가 적었어요" 박 씨는 나무 몽둥이로 엉덩이를 200여 대 맞았고 그러다가 숫자를 까먹으면 다시 처음부터 맞았다고 말했다.

박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생 1학년까지 6년간 생활실 보육교사로 일한 성모 교사는 박 씨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게 하거나 '투명 인간'과 같은 왕따 식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모 교사는 "네. 정확히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박지훈(가명)한테도 정확하게 말을 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PD수첩은 30여 명에 가까운 꿈나무마을 출신들을 만났다. 그들은 박 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전했다. 송지수(가명)는 "말 그대로 사람 취급도 안 하고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고, '투명인간'은 비일비재 했어요" 라고 말했다. 기업 후원 물품은 체벌 도구로 쓰이기도 했으며 참고서는 벌 받을 때 아주 많이 사용됐다고 했다. 김주원(가명)은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45도 들고서 동아전과를 5시간 이상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이도, 생활실도, 담당했던 보육교사들도 달랐지만 학대가 시작된 시기와 유형은 유사했다.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는 "굉장히 자기 경험에 근거해서 하는 이야기 패턴이다. 분석해보면 여러 명의 사람에게 공통적인 유형의 학대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그 내용이 생생하고 일관성 있고 그렇다면 신빙성이란 측면에서 굉장히 가능성이 높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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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다. 수상한 소문의 진원지는, 경상남도 합천군에 삼가면 산골짜기에 위치한 수녀원.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수녀원이었다. PD수첩은 수소문 끝에 삼가면 수녀원에 다녀온 적 있다는 꿈나무마을 출신을 만날 수 있었다. 김주원(가명)이 삼가면에 보내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출했다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김 씨가 이곳에서 한 건 농사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 먹을 때를 빼곤 수녀들의 지시에 따라 모종을 심고 도랑을 팠다고 했다. 수녀들이 사용하는 신축 건물이 있었지만, 김 씨는 식사 시간 외엔 들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씨는 학교 상담 교사와 연락이 닿은 후에야 이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PD수첩은 삼가면 수녀원에서 있었던 강제 노동에 대해 강효봉 파란꿈터 원장에게 물었고 강 씨는 아이들이 거기서 강제 노동을 한다든가 벌칙을 그곳에서 심하게 받는다든가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벌칙 장소라기보다 체험과 봉사 성격이라는 것이었다.

PD수첩은 박지훈(가명)과 00정신병원을 찾았다. 그는 여전히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해할 수 없었다. 박 씨의 입원을 결정한 건 당시 꿈나무마을의 시설장. 첨부된 서류에는 수차례 논의가 있을 만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적혀있었다. 시설 측 의견과는 달리 고교 시절 생활기록부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혀있었다. 박 씨의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논의가 있었다던 자퇴에 대해 박 씨가 하고 싶다고 말한 적 없고 본인 또한 따로 서류(작업)를 했던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담임은 "영어 이런 걸 정말 공부해보고 싶다 해서 제가 문제집 같은 걸 구해줬던 기억이 있거든요." 라고 박 씨에 대해 말했다.

의료진은 아동학대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담당 공무원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당시 박 씨의 응급 입원에 동의한 담당 의사는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박 씨의 행정 입원을 허가한 관할 구청 역시 신고의무자였다. 은평구청 측은 "저희한테 이 자료가 구체적으로 다 오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동학대 조사 권한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행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김경우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이 초록꿈터 원장에게 (박 씨가)무리하게 이루어진 강제 입원은 아니었는지 물었다. 김영수 초록꿈터 원장은 "행정 입원에 대한 것들은 시설에서 원칙대로 그 당시에 수사관도 동행을 했던 걸로 말씀을 들었고" 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박 씨는 자신을 담당했던 보육교사 세 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피고소인 성모 교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2017년 꿈나무마을 한 보육교사가 아동 학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었다. 학대 피해자는 총 9명, 시설에선 1년 전인 2016년부터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시설은 가벼운 일회성 체벌로 보고 시말서를 쓰는 선에 그쳤다. 당시 사무국장은 현 꿈나무마을 초록꿈터 김영수 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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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16년 꿈나무마을을 상대로 5개월간의 집중적인 인권조사를 실시하고도 아동학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2016년 조사에는요 저희가 면담을 실시했는데 해당 종사자에 대한 아동학대 피해 진술이 없어서 안타깝게도 학대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감시해야 하는 의사, 경찰, 관계 기관도 아이들의 호소를 외면했다. 2017년 형사처벌까지 이루어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마리아수녀회는 아동학대 의혹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내 모든 보육 사업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들에게도 사과했다. 피해 아동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마리아수녀회와 서울시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PD수첩팀 기자(pdnot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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