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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송영길發 586 총선 불출마와 종로 무공천…표심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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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내로남불’ 사과와 이 후보 측근 의원들의 ‘임명직 포기’ 선언으로 시작된 민주당 쇄신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민주당 주축인 1980년대 학생 운동권 출신 ‘586세대’의 차기 총선 불출마를 비롯한 세대교체에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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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의원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제명안 처리 계획도 밝혔다. 현재는 탈당 상태인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586세대 정치인이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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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 송영길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586세대’의 맏형 격이자 5선 의원인 송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라며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송 대표는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경기 안성·충북 청주 상당 등 3곳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들 지역구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의원직 사퇴(종로)와 민주당 소속 의원의 대법원 확정판결(안성·청주 상당)등 민주당 관련 사유로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이다. 송 대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책임정치라는 정도를 지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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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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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 내용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민주당 출신 586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의원에 대한 제명안 처리 방침도 포함됐다. 송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잘못해도 국회가 적당히 뭉개고 시간 지나면 없던 일처럼 구는 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잘못된 정치 문화부터 일소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과거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건으로, 이 의원은 자녀 소유 이스타 홀딩스 비상장주식 매각 등 의혹으로 징계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틀 전 “내가 죽을 곳이 여기” 적은 宋…이재명 “결단에 감사”



전날 이 후보 측근 모임인 ‘7인회’ 의원들이 “임명직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 송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송 대표가 어제 연락을 받지 않고 숙고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 결정은 오롯이 본인의 결단”이라고 전했다.

송 대표의 핵심 참모들도 이날 기자회견 1시간 전에야 불출마 결정을 전달받았다. 한 관계자는 “이틀 전 부산 다대포의 정운공순의비를 다녀온 뒤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23일 임진왜란 때 전사한 정운 장군의 말을 인용해 “내가 죽을 곳이 여기겠구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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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오른쪽)은 25일 기자회견에서 "3선 초과 제한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장 위원장에게 혁신과제 1호 공모를 전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송 대표의 불출마 결정에 대해 “국민을 위한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 다산선형공원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한다는 얘기를 갑자기 들어서 조금은 당황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며 “국민들께 우리의 이런 결단이나 의지가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밝혔다.



‘당 쇄신 운동’ 점화…“이탈층엔 자성과 사과 효과적”



송 대표의 선언으로 당내 ‘쇄신 운동’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당장 이날 오후 586 대표 주자인 우상호 의원이 가세했다. 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지난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우리들이 비운 그 자리에 훌륭한 젊은 인재들이 도전하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적었다.

586을 향한 청년 당원의 공세도 한층 거세졌다. 1994년생 박영훈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시대의 요구가 변하고 있다. 선배들의 시대정신은 지금의 시대정신과 같을 수 없다”며 “586 선배들께서 ‘동일 지역구 3선 제한’에 화답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1983년생 초선 장경태 의원 등 민주당 혁신위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의 제도화를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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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부에선 향후 586세대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미 여럿 586이 고민에 들어갔다”며 “민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기득권 내려놓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당내 자성·사과의 흐름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라는 빅 이벤트가 남아있지만, 우리는 그런 추가 이벤트 여지가 남지 않았다”며 “강도 높은 내부 혁신 외엔 지지율 상승 모멘텀(momentum)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이 최근 서울 지역 의원들에게 친전(親展) 형태로 전달한 ‘서울시 유권자 정치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 또한 쇄신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대선 판세에 대해 ‘자력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규정한 이 보고서엔 “잔류민주층(강성 지지층)에 영합하기보다 이탈민주층 복원의 중요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이 결론으로 적혀 있다. 보고서에선 ‘이탈민주층’ 복원을 위한 방법으로 “자성과 사과 메시지가 효과적”, “정책 행보 강화”, “네거티브 중단 검토” 등을 열거했다.

한편 이날 송 대표의 회견과 민주당 내 움직임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선 “진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윤석열 대선 후보), “정말 필요한 일은 586 용퇴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용퇴”(허은아 수석대변인)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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